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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체인저
상생의 길을 실천하는 교통약자의 편안하고
친근한 발
김옥출 예비역 육군 원사
타인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는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나 하지 유리한 사람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삶이 곧 승부이며 전투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기적으로 처신하는 것이 용인되는 현실이다. 가끔씩 이러한 세상의 물결에서 한발 비껴 서있는 이타적인 사람을 만나면 누구나 정신없이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글 양일석 사진 오철민
계절의 변화를 알리며 군데군데 꽃망울이 터지고 있지만 아직 조금은 쌀쌀한 3월 말 을숙도 생태공원에서 김옥출 씨를 만났다. 군생활에 대해 물어보자 선함이 묻어나는 얼굴로 대답을 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1985년 4월 특전사에 입대하여 2019년 2월까지 총 34년 6개월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한 예비역 육군 원사 김옥출입니다. 특전사에 자원입대하여 특전부사관 임무를 수행하였고, 제가 가지고 있는 더 큰 꿈과 목표를 위해 야전전환을 하여 8보병사단, KCTC 주임원사, 교육사령부 주임원사를 마치고 전역하였습니다.”
외모만 보아서는 특전사에 부사관으로 입대 후 35년 가까이 군생활을 한 사람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숫기 없는 편안한 동네 형님 같은 분위기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물어보았다. “저는 부산시설공단에서 운영하는 부산 장애인 콜택시 두리발 팀에서 교통약자를 위한 특별교통수단을 운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운행하는 차량은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 노약자 및 환자, 임산부나 어린이 등 활동에 불편을 겪는 이들을 위해 차량 편의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때는 고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을 텐데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인제에서 근무할 때 우연한 기회에 홀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생활하는 장애학생을 알게 되어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부사관 후배들과 함께 부대 주변에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노인분들에게 매일 점심도시락을 가져다 드리면서 많은 보람과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전역 후에도 사회에서 봉사를 하며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알게 된 부산시설공단 운전원에 공채로 지원하였으며 좋은 기회가 되어 이렇게 뜻깊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콜택시를 운행하며 힘든 부분에 대하여 물어보자 일반인들의 배려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희 두리발을 이용하는 분들은 승하차 시 휠체어를 싣고 내려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 비해 시간이 좀 더 걸립니다. 가급적 다른 차량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길이 협소하여 어쩔 수 없는 부분에서도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경적을 울리시는 분들을 보면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끼죠. 모든 사람은 지금 장애인이거나 앞으로 장애인이 될 사람으로 나뉘는데 지금 장애가 없다고 해서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 제가 이 일을 선택하기 전에는 장애인들은 단지 아픈 몸을 가지고 있거나 일상적인 생활에서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함께해 보니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큰 아픔들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아픔을 남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더 강하게 표현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럴 때는 저도 힘들지만 봉사하는 마음으로 몸이 불편하신 분들의 손과 발이 되어 일하겠다고 한번 더 다짐하게 되죠.”
누구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한다. 지금 김옥출 씨가 하는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단순히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약자와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낼 수 있는 김옥출 씨가 하기에 그분들에게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역을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김옥출 씨가 말한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는 노래 가사가 있죠. 살아있다면 젊은 사람이든 나이가 든 사람이든 당연히 꿈을 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꿈이라고 꼭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작더라도 그저 바라고 소망하는 거면 돼요. 우선 꿈을 품고 나서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단계적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한 단계씩 이루어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꿈은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또 설령 꿈을 이루지 못하면 어떻습니까?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행복하면 되죠. 사회에 나오기 전에 많은 꿈을 품었으면 합니다.”
김옥출 씨의 꿈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타인을 향해 있는 것 같다. 타인의 웃음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정년이 되어 은퇴한 이후에도 사회복지분야에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가 생각하는 ‘상생’에 관해 질문해 보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울 수 있다면 서로 도와야죠. 혼자서는 재미없잖아요.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상생의 길이 아닐는지요?”
대화를 나누는 도중 달콤한 향기가 느껴졌다. 꽃향기보다 더 향긋한 사람내음에 취하기 좋은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