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November Vol.189
누구나 새롭고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어 하지만, 소유와 구매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다른 이들과 물건을 공유하자니 언택트 시대라는 거대한 물결에 걸맞지 않는다. 구독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배경이다.
글. 강진우(문화칼럼니스트)
구독 서비스는 매달 구독료를 내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받는 경제활동을 뜻한다. 구독 서비스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과거의 구독 서비스는 제공되는 콘텐츠가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어 신문을 구독하면 신문만 배달받았다. 반면 지금은 해당 구독 서비스의 범주 안에 속한 제품과 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구독을 신청하면 플랫폼 안에 있는 모든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구독 서비스는 소모품을 배송하는 정기배송 모델, 제품을 빌려 쓰는 대여 모델, 콘텐츠 무제한 이용 모델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 중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은 콘텐츠 무제한 이용 모델이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여 모델 또한 동일 유형 제품을 바꿔 가며 마음껏 써 볼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하며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한편 정기배송 모델은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생필품을 위주로 성장하는 중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기간만큼만 사용하고 구독을 해지할 수 있기에, 구독 서비스는 적절하게 사용하면 합리적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관리와 유지 보수를 기업이 맡는다는 점도 커다란 장점이다. 한편 기업은 보다 수월하게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며, 소비자의 요구를 신속하게 파악해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에 잘 설계한다면 소비자와 기업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구독 서비스가 다방면으로 퍼져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번들 제품을 판매하는 대신 매월 사용료를 받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SaaS*를 확대하고 있다. 유수의 완성차 브랜드는 자사의 다양한 자동차를 바꿔 가며 탈 수 있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자주 먹는 식재료와 밀키트를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구독 모델도 성행 중이다.
파격적 구독 서비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보험에 가입하면 매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사용 가능한 상품권을 지급하는 일상 혜택형 구독보험이 등장했다. 자사 페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추가 적립과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십형 구독 서비스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에서도 소상공인의 구독 서비스를 돕겠다며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독 서비스의 빠른 확산을 ‘효용이론’으로 설명한다. 제한된 재화로 최대의 소비 효과를 누리려다 보니 폭넓은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소유의 종말>을 통해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필요할 때마다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인 ‘접속’이 소유를 대신할 것이라 말한다. 구독 서비스가 왜 이토록 성행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대적 흐름을 탄 만큼, 구독 서비스는 오랫동안 소비의 중심에 서 있을 전망이다. 우리가 구독 서비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SaaS : ‘Software as a Service’의 약자. 소프트웨어를 서비스처럼 제공하는 판매 모델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