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November Vol.189
예비역 해군 원사 구연규
본이엔지㈜ 대표
‘준비된 사람만이 길을 만든다.’ 본이엔지㈜ 구연규 대표는 이 명제를 몸소 실천했다. 오랜 담금질로 길을 개척하며 국내 최초 해군 함정 전투체계 및 무장시스템 전문기술서비스업체를 설립한 것. 해군사격통제사로 22년간 복무한 경험을 오롯이 쏟아부어 K-방산의 새로운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글. 김주희 사진. 정우철
복잡한 체계를 갖춘 해군 함정이 얼마나 완성도가 있는지에 따라 해군력 또한 좌우된다.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 본이엔지㈜는 해군 함정 전투체계와 무장시스템 그리고 함정 건조 및 개조 업무 전반에 걸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비 선정에 대한 컨설팅부터 설계, 설치, 시운전, 평가, 예방과 유지정비 등의 후속 군수지원까지 담당한다. 구연규 대표는 업체를 이끄는 수장 역할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전반에 걸친 업무를 수행 중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직원들과 함께 전문 기술지원에 구슬 땀을 흘리고 있다.
“본이엔지㈜ 중 V.O.N은 ‘Veteran Of Navy’를 의미합니다. 해군 기술부사관 출신의 베테랑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교하고 복잡한 군함의 전투체계와 무장시스템에 대한 전문 지식과 기술력을 모두 보유했지요. 함정에 대한 총체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전자, 전기, 레이더, 회로, 레이저 발생 원리 등을 꿰뚫고 있습니다. 풍부한 현장 경험 또한 큰 도움이 됩니다.”
신생기업이지만 더욱 완성도 높은 업무를 위해 구연규 대표와 직원들은 모든 업무의 프로세스를 매뉴얼화하며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업무 시스템을 갖춰간다. 현재는 국내 방산 제조사와 함께 해외 해군 함정의 개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 이스라엘 방산 업체와 국내 기술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는 등 미국, 이탈리아 업체와도 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 과정에 있다. 해외 진출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방 기술을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구연규 대표는 1993년 해군부사관 145기 해군사격통제사로 입대해 2015년 22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복무 중 인수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조선소의 전문인력 부족과 방산 제작사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본이엔지㈜가 발아하는 ‘씨앗’으로 작용했다. 방사청과 해군, 조선소, 방산 제작사 4자 간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중계자의 필요성을 느끼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퇴역 후 STX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에서 특수선 무장담당 및 전투체계의 프로젝트 관리자로 근무했어요. 하지만 업무량 대비 전문인력이 부족했고, 인력을 충원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요. 국내 각 조선소 그리고 방산제작사에서 필요한 전문기술팀 운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국내에서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행보.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기술 창업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해 사업자 등록부터 관련 인증 획득까지 맨땅에 헤딩하며 하나하나 처리하는가 하면, 기술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 선보이는 전문기술서비스업체에 대한 인지도도 낮은 데다 실적이 전무해 회사를 알리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많은 난관 속에서도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람’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안 되면 되게 하는 군인정신’을 갖춘 직원들과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제대군인지원센터가 인력 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업무에 적합한 인력을 추천해줬습니다. 현재 근무 중인 직원들 모두 제대군인지원센터를 통해 채용한 전문기술자이지요. 이들과 함께 사업을 준비하고 첫 계약을 체결했을 때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이스라엘의 방산 분야 대기업과 국내 기술 에이전트의 계약을 맺은 후 첫 업무를 시작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이제 막 세계 무대에서 날개를 펼친 본이엔지㈜. 구연규 대표는 세계적인 기업인 영국 방위산업체 밥콕(BobCock)을 목표로 삼는다. 독보적인 전문성을 바탕으로 탄탄한 입지를 다지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현재 진행 중인 해외 해군함정 개조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주하고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무리하는 것. 우리나라의 방산 기술력을 널리 알리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후배 제대군인을 위해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장기 복무를 하면서 군에서 배운 극기와 인내, 진취적인 기상 등 기본 소양과 전문 기술력을 적극 활용하길 바랍니다. 전역 또는 퇴역 전 충분한 준비를 거친다면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새로운 세상에서 생애 두 번째 비상을 꿈꾸는 구연규 대표. 해군에서 쌓은 경험과 기억을 발판 삼아 K-방산의 우수성을 세계 곳곳에서 발휘할 본이엔지㈜의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