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 북부, 동서를 잇는 요충지이자 군사 도시였던 의정부. 그러나 지나가 버린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다가오는 미래를 특유의 문화와 자원으로 가꿔가는 도시, 의정부. 그 변화의 중심이 되고 있는 의정부역과 그 주변으로 발걸음해본다.
서울의 북쪽, 경기 북부 중앙에 위치한 의정부는 꽤 오랜 시간 경기 북부지역의 중심지이자 거점도시 역할을 해왔다. 서쪽에는 고양시, 동쪽에는 남양주시, 북쪽으로는 양주시와 포천시를 두고 있으며 경기 북부지역 중 최초로 시(市)로 승격된 덕분에 경기도청과 경기도교육청 제2청사, 경기도북부경찰청 등을 두고 있어 지금까지도 경기도 북부 지역의 행정 거점도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의정부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올려지는 것이 미군 부대와 그로 인해 생성된 의정부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아닐까. 한국 전쟁을 기점으로 의정부에는 반세기 이상 8개의 미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파생되어 의정부에는 부대찌개라는 독특한 음식과 그 거리가 생겨나게 되었고, 재즈나 블루스, 힙합 같은 블랙뮤직이 문화적 기반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제는 미군 부대가 모두 떠나가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새겨졌던 흔적들이 의정부 시민들의 손에 의해 새롭게 재탄생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미군캠프였던 곳을 재탄생시킨 ‘의정부아트캠프’다. 의정부역 남측에 위치한 의정부아트캠프는 미군 캠프 ‘홀링워터(Camp Falling Water)’가 한국전쟁 중인 1951년부터 반세기 동안 사용하던 곳으로 지난 2005년 9월 폐쇄, 2007년 5월 31일 드디어 우리나라에 반환된 곳이다. 이후 의정부시는 이 부지 중 남측을 문화예술로 창생(創生) 한다는 상징성을 담아 예술가들의 다양한 융복합 장르의 실험적 작업을 지원하고 청소년들과 시민들의 문화 활동과 창의성을 꽃피우는 새로운 개념의 문화예술 플랫폼인 의정부아트캠프로 재탄생시키게 된다.
알록달록 여러 색의 컨테이너가 겹겹이 쌓여 있는 형태의 의정부아트캠프는 블랙박스 공연장을 표방하고 있으며, 예술가를 지원하는 커뮤니티의 장으로써 연극 공연장으로도 운영되어 신진 예술가와 단체들의 실험적 무대와 창작활동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적 상처를 문화예술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한 차원 높은 치유와 역사가 이루어지는 공간인 셈이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걸음을 하면 의정부의 전통시장인 제일시장과 의정부의 사람들과 문화가 모이는 행복로로 이어진다. 온갖 맛집들과 사람들을 구경하며 행복로에서 북쪽으로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곳이 ‘오블라디(Ob-La-Di)’다. 이곳은 독특하게도 시리얼카페를 표방하는 곳으로 천장과 벽면 가득 온갖 시리얼 박스가 잔뜩 붙어 있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소품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기본적으로 18종의 시리얼 메뉴가 있는데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종류의 시리얼을 취향껏 맛볼 수 있다.
행복로에서 반대로 남쪽으로 향하면 장암 근린공원에 인접한 음악전문 공공도서관인 ‘의정부음악도서관’을 만나게 된다. 일반적인 도서관이 책을 비롯한 서가 위주라면, 이곳은 책뿐만 아니라 음악, 공간이 한데 이루어져 있는 곳으로 의정부만의 지역적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 블랙뮤직을 테마로 디자인된 공간 안에 책을 비롯해 CD, LP, 악보, DVD 등의 비도서 자료와 오디오룸, 뮤직홀, 오픈 스테이지, 아동도서존, 그리고 스튜디오까지 갖추고 있다. 정말 음악의, 음악으로 이루어진 도서관으로 음악도서관투어나 음악감상회, 공연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음악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제 의정부는 단순히 경기북부 행정도시, 군사도시라는 고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걷는 걸음마다 문화와 예술로 즐거운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