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쥐었던 손이 펜을 쥐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나라를 지키던 눈이 끝없는 활자 위를 훑는다. 일견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작가의 길로 들어섰지만 군에서 배운 군인정신과 꾸준함으로 작가라는 제2의 인생에서 새로운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작가 오종필. 제이로빈으로 더 유명한 그를 만나보았다.
작가 제이로빈. 오종필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제이로빈으로 검색해서 최상단에 나오는 섬네일 속 그림을 보는 순간 “아~ 이 웹툰!” 이라고 할 만큼 작가 제이로빈은 웹툰 좀 본다는 사람들에게는 유명인이다. 웹소설 <취사병 전설이 되다>(이하 취사병)의 원작자이자 동명 웹툰의 스토리 작가인 제이로빈. 군대와 요리를 맛깔스럽게 버무려 낸 이 작품은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실 소설 작가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취미 활동에 가까웠죠. 그런데 그 취미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일으키게 된 거예요. 군 생활을 어느 누구보다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다 보니까 많은 독자들이 공감해주신 것 같더라구요. 덕분에 전업 작가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군 생활이 절대 짧지는 않다. 7년 4개월 동안 신병교육대소대장을 비롯해 동원훈련장교, 향방장교, 경비대장 등 다양한 직책을 수행하며 군 복무를 했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군 생활을 해 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녹아있고 그의 작품에 달린 독자들의 댓글엔 안 좋은 평보다 응원이나 주인공의 에피소드에 공감하는 사연들이 더 많다.
“많은 독자들이 댓글을 달아주시는데, 본인들이 겪었던 다양한 군 생활이나 응원들을 많이 해주세요. 그 댓글들을 볼 때마다 복합적이고 다양한 감정이 듭니다. 선배로서 안타깝기도 하고, 저보다 선배인 분들의 숱한 고생과 노력 덕에 내가 안전하게 군 생활을 할 수 있었구나, 오늘의 작가 제이로빈이 있을 수 있었구나 이런 고마운 마음도 들어요.”
“사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관련 분야에서 일한 적은 없어요. 관심이 있고 좋아해서 혼자 공부를 했습니다. <취사병> 이전에 <삼류호텔 막내 셰프>(이하 삼류호텔)라는 작품을 취미로 썼었는데 잘 안됐습니다. 그래서 내가 잘 알고 있는 군대를 배경으로 써보자 했고 <삼류호텔>을 쓰면서 6개월 동안 공부한 요리에 대한 지식을 접목하여 나오게 된 것이 <취사병>입니다.”
<취사병> 속 주인공인 강성재는 작가 본인과 비슷한 점이 많다. 소초에서 군 생활을 시작한 점이라든지 전입 초기 관심 병사였다는 점이 그렇다.
“소대장으로 처음 연대에 전입 갔는데 다른 소대장은 다 중위이고 저만 소위였습니다. 막내 소대장으로 바로 관심 장교가 됐죠. 얼마 안 되어 소대장 경연대회 때 소대장끼리 평가 받았는데 1등을 하면서 관심 장교를 벗어났습니다. 저를 따라주었던 소대원들, 훈련받았던 전우들과 함께 1등이라는 결과를 냄으로써 군인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 군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군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그래서 지금 작가 생활에 항상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 누구보다 내성적이었던 그는 군의 간부로 복무하며 리더로서 나서야 하는 자리에 대해 알게 되었고,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무엇보다 군에서 배운 것은 인내심과 끈기,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덕분에 사회에 나와 제2의 인생을 살면서, 작가 생활을 하면서 군에서 배운 것들이 큰 바탕이 되었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뒤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는 것. 그것이 결실 아닐까요. 그리고 후회된다면, 다음번에는 후회없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작가생활을, 글 쓰는 것을 어렵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좋아하는 일이고 또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하고 상상하며 글로 표현하고, 그 이야기가 다시 그림으로 그려져 독자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이 너무 재밌거든요. 그래서 만족합니다.”
20대에서 30대 초반에 이르는 대부분의 시간을 군에서 보내면서 군 생활 역시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그는 자신이 겪은 경험과 그 시간 속에서 고민했던 것들을 작품 속 인물들에게 불어넣는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어렵지도 않고, 뚜렷한 악역이나 폭력도 없다. 주인공의 요리를 통해 갈등이 풀리고 행복해하며 어려울 수 있는 군 생활을 풀어나간다. 군인으로서 겪은 좋았던 경험과 재미있었던 것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쾌하게 풀어내는 것이다.
“무엇인가 결실을 맺는다는 건 어렵습니다. 사실 결실이 있기 위해선 계획이 필요하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뒤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는 것. 그것이 결실 아닐까요. 그리고 후회된다면, 다음번에는 후회없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7년이 조금 넘는 군 생활 동안 전역 이후를 생각하며 계획을 세웠다는 그는 미래의 작가가 될지도 모를, 혹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을 예비 제대군인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전역하면 생각보다 더 막막합니다. 계획하지 않고 나오면 사회는 많이 어렵거든요. 어느 분야로 갈지 결정하고 준비하면서 남는 시간마다 끊임없이 투자해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이다음 스텝을 꿈꾸고 있습니다. 45세에 영화 감독이 되는 것이지요. 그 꿈을 위해 촬영도 배우고 연출도 배우고 있습니다. 감독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