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민간기업의 인사 총무 담당자로서 살고 있지만, 10여 년 전 전역을 결심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막막함과 절실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막다른 골목에 처한 그 막막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가 없습니다. 당시 정말 미친 듯이 여러 경로로 구직활동을 했으나 사회 경험이 없는 저에게는 일말의 희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역을 앞두고 국가보훈처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제공해 준 채용정보를 확인하고 저의 경력과 능력에 맞는 몇 곳에 입사지원을 하였습니다. 그중에 ○○공사 이라크 사업팀은 자격요건이 제 경력과도 맞고 무엇보다도 해외 근무에 대한 동경으로 너무나 근무하고 싶었던 곳이라서 열심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영어면접(전화)까지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습니다. 무사히 면접을 마치고 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데 생전 처음으로 국제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한국○○공사 이라크 사업팀 ○○○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전화를 받는 순간 눈물이 핑 돌면서 머릿속에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이제 아이들 대학 공부를 시킬 수 있겠구나’였습니다.
2012년 말 새로운 꿈과 기대를 안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출국했습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집과 아이들 학교를 준비하고 본격적으로 주재원으로서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014년 급진 이슬람 테러 세력인 IS 사태가 터지면서 회사 프로젝트가 급격하게 어려워졌습니다. 당시 저는 프로젝트 계약직 신분이었기에 발주처(이라크 정부)와 계약해지(Termination)가 되면 자동 퇴사가 됩니다. 그야말로 이역만리에서 테러리스트가 제 삶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 이후 제 삶은 또다시 구렁텅이로 떨어졌습니다. 온갖 수모와 모욕을 받으면서 3개월, 1개월 단위로 고용 계약을 하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제 근무 실적과 능력을 좋게 평가해주신 법인장의 도움으로 2017년 초 바스라에 있는 이탈리아 석유공사 HR 담당자로 2년 계약 파견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긋지긋했던 고용불안의 굴레를 벗어나 그래도 2년간은 ‘이렇게 열심히 근무하면 고용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다시 재계약이 되겠지’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근무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냉혹했습니다. 계약 종료 즉시 퇴사라는 통보를 받고 크게 절망했습니다. 지나온 시간과 세월이 너무 아까웠고 뭘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았나 하는 억울함에 대상 없는 분노로 매일 눈물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책임져야 할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그냥 주저앉을 수 없었습니다. 퇴근 후 자정이 넘도록 국내외 200개가 넘는 기업에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이력서 외에 별도로 자기소개서, 경력자로서의 업무 계획 및 역량 등을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자료를 같이 작성해서 지원해야 합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결국, 다시 한번 제대군인지원센터 상담사님의 도움을 받아서 안산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 관련 중견 회사에 인사담당자로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취업 후 회사의 채용업무를 진행하면서 지원자들 한 분 한 분에게 제가 느꼈던 심정들을 떠올리며 정성을 다했습니다. 특히 저 같은 분이 있을까 싶어서 시간 날 때마다 워크넷을 확인하고 채용 소요가 있을 때마다 경기남부제대군인지원센터에 연락해 채용 공고를 내곤 했습니다. 전역 군인을 채용한다는 것에 대해서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후 채용한 제대군인 몇 분이 회사 내에서 그 어떤 직원들보다도 우수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채용된 분들도 소속 부서에서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혹 채용 과정에서 선발되지 못한 분들에게 대부분의 회사들은 간단히 비선 사실을 문자로만 통보하지만 저는 조금이나마 힘이 되시라고 별도의 서신 형태로 만들어서 전달하는 등의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특히 제 연령대인 50대 중장년 지원자들에게는 저의 경험을 생각해서 회사 도착 때부터 면접 마칠 때까지 정서적으로 절대 상처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채용업무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취업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인 중장년층의 취업 및 구직활동을 위해서 제대군인지원센터 같은 전문적인 기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취업을 위한 맞춤형 교육은 물론 인재를 선별하여 구인 업체의 채용요건(Needs)에 적합한 인재를 개별적으로 추천하여 채용 가능성을 높이는 등의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취업난 속에서 상대적 약자인 전역 군인들, 그중에서도 중장년층의 취업 기회는 거의 불가능한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히 생애주기 상 가장 많은 비용이 필요한 40~50대 전역 군인들의 비자발적인 전역과 퇴직, 실직으로 인한 재취업 상황이 발생할 경우 취업 정보의 부족, 고(高)연령 등의 제한사항과 맞물려 그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절박한 구직자들의 심정을 가슴 속 깊이 이해하면서 저는 그분들의 입장과 처지에서 한 분이라도 더 취업을 시키기 위해 구직자들의 경력, 장점 및 특징들을 세부적으로 분석하여 취업 플랫폼 회사에 제공함으로써 구직자들의 취업률을 제고하고 있고 구인 기업 입장에서는 별다른 비용과 노력 없이 직무에 알맞은 최적임자를 짧은 시간 내에 채용하는 등 경영상의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인연도 참 쉽지 않은 것인데 회사생활 하면서 노무 및 채용 관련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제대군인지원센터’라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를 갖게 된 우리 회사와 저는 지금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합니다. 국가 경제가 좀 더 좋아지고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취업률 그중에서도 특히 이 세상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온 50대 중·후반 전역 군인 취업 희망자들 모두가 취업하는 그날을 소원합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재취업을 도와주고 계시는 국가보훈처 제대군인지원센터 관계자분들에게도 감사의 뜻과 함께 좀 더 많은 취업 기회를 구직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사 부탁의 말씀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본 수기는 개인의 경험으로 정부의 정책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