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Septemner Vol.187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
여행자에게 ‘내 집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는 숙박공유기업 에어비앤비(airbnb).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전형적인 기업가들과는 사뭇 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하키선수와 디자이너를 거쳐 ‘16인치 팔뚝의 보디빌더’로도 활약했던 그는 어떻게 유명 호텔체인들을 제치고 세계 숙박시장을 재편할 수 있었을까?
글. 윤진아 일러스트. 비올라
에어비앤비의 시작점은 아주 작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직장이 없던 20대 중반의 체스키는 부족한 월세를 충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차였다. 때마침 그가 살던 지역에 산업디자인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몰리면서 호텔 방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체스키는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 일부를 빌려주고 숙박비를 받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들은 에어베드(AirBed, 공기침대) 3개를 구입하고 호텔을 예약하지 못 한 디자이너들에게 자신들의 방을 빌려주고 아침을 제공했다. 이용객들은 호텔보다 저렴하게 숙식을 해결하고 현지문화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호평했고, 체스키는 일주일 만에 1,000달러의 돈을 벌어 아파트 월세를 낼 수 있었다. 빈방 공유가 생각보다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것임을 직감한 체스키는 친구들을 모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 이름은 자신들이 빌려준 공기침대와 아침식사에서 따온 에어베드&브렉퍼스트(AirBed&Breakfast), 줄여서 ‘에어비앤비’라고 지었다.
에어비앤비가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빈방 단기임대 아이디어만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고, 누구도 에어비앤비에 투자하려 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빚이 불어나자 ‘오바마 오’, ‘캡틴 맥케인’이라는 익살스런 이름의 시리얼을 디자인해 판매했고, 이 일이 이슈가 되어 벤처투자사 와이콤비네이터로부터 첫 번째 투자를 받았다. 체스키의 노력을 눈여겨본 폴 그레이엄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체스키와 그의 친구들은 바퀴벌레같이 끈질긴 사람들이어서 쉽게 망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20대 중반의 청년 세 명이 시작한 이 기업은 10년 만에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사용자, 20개의 지사, 26개의 언어를 지원하는 글로벌 숙박공유 서비스로 거듭났다. 비결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실함, 그리고 ‘사용자 중심’이라는 기업철학이었다. ‘쉽고 멋지게’를 추구하는 에어비앤비의 콘셉트는 세련된 사용자환경(UI)을 제공하고 마우스를 세 번만 누르면 예약을 완료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한 웹사이트에 잘 드러난다.
브라이언 체스키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여행 판도가 영원히 뒤바뀔 것”이라며 “여행객들은 더 이상 타임스퀘어를 동경하지 않는다. 그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와 가족을 만나는 일” 이라고 단언했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장거리 이동을 막았고, 여행과 호텔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모든 이동을 막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해외로 갈 수 없는 대신 자국 내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 세계 여행 수요가 얼어붙은 지금, 에어비앤비는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2020년 12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에어비앤비의 시가총액은 2021년 8월 기준 872억 달러(약 1조115억 원)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1위 호텔 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과 2위 힐튼월드와이드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도 큰 액수다. 전 세계가 에어비앤비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행 속에 삶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체스키는 ‘간다’는 것이 여행이라면 ‘산다’는 것은 좀 더 깊이 있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현지에 장이 서는 날에는 마켓에 들르고, 붐비는 관광지나 쇼핑몰 대신 숙소 근처의 놀이터에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식이다.
주어진 여건에 맞는 소소한 행복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을 특별하게 즐기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올 추석에는 가족과 함께 한적한 고택에 머물며 여행 같은 일상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현지인의 삶이 켜켜이 쌓인 집과 마을을 둘러보다 다리가 아프면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바람 소리도 들어보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조금은 낯선 일상을 즐기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다 보면, 2021년 추석은 그 어느 해 보다 특별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