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웃는 제대군인

2021 Septemner Vol.187

Happy Ending 그곳에 가다

지리산에 기대고 섬진강을 바라보고

전남 구례

9월호 그곳에 가다는 이동옥 님의 추억담을 바탕으로 취재되었습니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지리산의 넉넉한 푸르름을 호흡한다.
대지를 감싸고 흐르는 섬진강의 맑음을 가슴에 품는다.
땅의 평안한 기운과 그윽한 자연의 운치가 넘치는 구례. 그곳으로 떠난다.

글. 한율 사진. 정우철

그곳에 가다 01 화엄사 오르는 길에 만나는 동자승

군 시절 추억이 담긴 그곳을 소개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중대장 직책으로 근무했던 전남 구례는 지리산이 감싸 안고 섬진강의 잔잔한 물줄기가 평안을 더해 주는 고장이었습니다. 지리산에서 봄, 가을 이른 아침의 장엄한 운해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 자신이 신선이 된 듯,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함에 빠져들곤 했지요. 산 아래 자리한 화엄사도 기억에 많이 남네요. 또 지리산하면 가장 먼저 재첩이 떠오르죠! 재첩을 가득 넣은 국수나 수제비는 입맛을 돋웁니다. 사연을 적다 보니 또 가고 싶어지는군요. _이동옥 님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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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의 보물 같은 곳 화엄사

화엄사는 백제 성왕 22년에 창건된 고찰로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으며 우주에 의해 창조된다’는 화엄사상의 근본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화엄사에는 보물이 가득하다. 국보 제67호 각황전과 국보 제35호 사사자삼층석탑, 보물 제299호 대웅전, 각각 보물 제132, 133호인 동서오층석탑 등 국가지정 문화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을 차례로 지난 후 만나는 보제루는 장식과 단청이 없는 수수한 건물로 절제미가 느껴진다. 기둥은 어떠한 가공도 하지 않은 채 통으로 바위에 올라가 있다. 보제루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높은 석단 위에 올라 서 있는 전각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앞쪽으로는 조선 인조 때 벽암대사가 중창한 대웅전이, 왼쪽으로는 숙종 때 계파대사가 중수한 각황전이 자리하고 있다. 각황전과 대웅전을 중심으로 절묘하게 조화된 가람배치의 아름다움과 그 뒤로 장엄하게 펼쳐져 있는 지리산의 노고단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단청도, 문살도 채도를 낮추고 있는 대웅전은 고색창연하다. 대웅전에 봉안된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은 현존하는 한국의 불교조각 중 유일하게 삼신불(三身佛)로 구성되어 있다. 삼신불은 불교 경전 내용을 소재로 한 그림이나 손으로 베낀 경전 등에는 종종 보이지만, 조각품으로는 화엄사의 불상이 유일하다. 각황전은 겉에서 보면 2층이지만 내부는 탁 트인 하나의 공간이다. 화려하면서도 단정한 품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엄사 앞마당의 동서 오층석탑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크다는 석등은 오랜 세월을 품은 듯한 모습이다.

그곳에 가다 02 화엄사에서 만날 수 있는 화려하면서도 단정한 풍경들

그곳에 가다 03 화엄사에서 만날 수 있는 화려하면서도 단정한 풍경들

그곳에 가다 04 지리산의 노고단이 감싸안은 듯한 오층석탑, 대웅전, 각황전 등 보물들

그곳에 가다 05 산과 구름이 함께 보이는 잘 정비된 듯한 화엄사 경내

구석구석 넉넉한 정신이 깃든 운조루 고택

조선 후기 양반 가옥의 모습을 보여주는 고택 운조루는 1776년 당시 삼수 부사를 지낸 류이주가 99칸(현존 73칸)으로 지은 대규모 고택이다. 운조루는 누마루가 있는 사랑채의 이름으로,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이란 뜻과 함께 ‘구름 위를 나는 새가 사는 빼어난 집’이란 뜻을 담고 있다. 대문으로 들어서자 한옥 특유의 지붕선과 하늘이 맞닿아 아름다운 모습을 자아낸다. ‘ㄱ’자 모양으로 연결된 한옥은 큰 사랑채와 작은 사랑채다. 안채는 사랑채 사이의 중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데 부엌과 찬칸, 곡간, 대청이 ‘ㅁ’자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다. 행랑채는 대문을 중심으로 일직선을 이룬다.

다른 고택에서 보기 힘든 운조루만의 특징은 사랑채와 안채로 연결된 경사로다. 노약자와 장애인 등 약자를 배려한 것이라고 한다. 안채로 이어지는 부엌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고 새겨놓은 나무 뒤주가 남아 있다. 집 뒷골목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곳에 자리한 뒤주는 아랫부분에 조그만 구멍을 뚫어 놓았는데, 배고픈 이들이 누구나 먹을 만큼 쌀을 가져갈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지붕보다 낮게 만들어진 굴뚝도 운조루의 또 다른 특징이다. 배고픔이 컸을 춘궁기에 밥 짓는 연기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곳에 가다 06 온돌방과 대청, 누마루로 구성되어 있는 운조루 큰사랑채

그곳에 가다 07 운조루 안채 마당에 놓인 장독대 등이 고택의 정취를 더해준다.

비밀스러운 정원을 품은 쌍산재

쌍산재는 직접 돌아보지 않으면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택이다. 규모가 큰 대갓집 정도로 예상하고 들렀다면 거대한 자연을 품은 모습에 둘러볼수록 놀라고 마는데, 이는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고 대문 안에서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비밀의 정원 때문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관리동이 있다. 관리동에서는 커피나 음료를 제공하는데, 쌍산재 곳곳에 앉아 호젓한 자연을 음미하며 마실 수 있다. 관리동 오른쪽으로는 마당을 두고 안채와 사당, 건너채, 사랑채가 자리한다. 아담한 한옥들이 다소곳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풍경은 소박하고 정겹다. 한옥 구석구석에 놓은 돌확과 소쿠리, 키, 쟁기 등의 전통 도구는 고택의 재미와 운치를 살려준다.

한숨을 고르고 대숲 길을 따라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갈 차례! 대숲 초입의 별채를 지나 돌계단이 이어진다. 한 발 한 발 돌을 디디며 처마가 멋들어진 별채와 아담한 정자인 호서정을 차례로 만난다. 최근에 새로 지었지만 대숲과 어우러져 운치를 풍긴다. 울창한 대숲, 그 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 대숲과 어우러진 야생 차나무… 이 길은 쌍산재 최고의 비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숲이 끝나는 곳에서 만나는 너른 잔디밭은 첫 번째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면 푸른 하늘과 초록 잔디밭, 동백나무에 둘러싸인 서당채(쌍산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풍경에 또 한번 놀라고 만다. 한옥과 한옥 사이를 메우는 넓은 마당과 숲, 그 속에서 숨쉬고 있는 온갖 화초와 나무가 꽉 찬 모습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쌍산재의 후문인 영벽문을 열면 푸른 저수지가 대미를 장식한다. 저수지를 바라보며 방죽을 따라 산책하는 즐거움도 남다르다.

그곳에 가다 08 비밀스러운 정원을 품은 고택 쌍산재의 호서정

그곳에 가다 09 또 다른 비밀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쌍산재의 후문인 영벽문

그곳에 가다 10 초록으로 둘러싸인 경암당 풍경

그곳에 가다 12 쌍산재 안채는 자연을 감상하며 차 한 잔 마시기에 좋은 장소다.

섬진강 ‘뷰 맛집’

섬진강재첩국수

구례보다는 하동과 더 가까운 섬진강재첩국수는 섬진강 강가에서 소규모로 운영하다 SNS에서 유명해진 뒤 근처로 이전해 주문과 결제가 키오스크로 이뤄지는 가게로 탈바꿈했다. 섬진강을 바라보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기에 요즘 말로 ‘뷰 맛집’으로 불린다. 1층 실내와 실외, 2층 실외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2층은 자리 잡기가 힘들 정도다. 메뉴는 재첩회, 재첩국수, 재첩비빔국수, 전병이다. 주문한 음식은 큰 쟁반에 담겨 나오는데 손님이 직접 운반을 해야 한다. 재첩회와 비빔국수의 양념장 맛이 비슷하기 때문에 재첩회를 먹을 생각이라면, 국수는 비빔국수보다 재첩국수를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곳에 가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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