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웃는 제대군인

2021January Vol.179

다시 웃는 제대군인 : 내일의 터전
Climactic Moment 내일의 터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뜻깊은 삶’ 보람과 행복으로 채우는 ‘인생 2막’

예비역 공군 준위 허연무
늘평안주야간보호센터&요양원 원장

공군에서 35년을 근무하고 전역 후 노인복지에 뜻을 품은 늘평안주야간보호센터&요양원의 허연무 원장.
그의 일상은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어르신들과 함께 시작하고 어르신들과 함께 마무리된다. 허연무 원장의 따스한 말 한마디, 즐거운 농담 한마디에 해맑게 웃는 어르신들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하루하루. 허연무 원장은 지금 이 순간이 참으로 기쁘고 행복하다.

글. 한율 사진.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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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삶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일

흥겨운 음악과 어르신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 늘평안주야간보호센터&요양원. 기분이 좋아지는 노란색 벽지에 환한 불빛, 쾌적한 공기가 감도는 이곳은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안식처 같은 곳이다.

2018년 8월 개원한 늘평안주야간보호센터&요양원은 만성적 질환으로 생활·요양·의료·정서·문화적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따뜻한 사랑으로 정성을 다해 모시자’라는 슬로건을 전 직원들이 실천하고 있다. 공군에서 35년 5개월의 복무 기간을 마치고 영예롭게 전역한 허연무 원장이 이곳의 총괄 운영을 맡고 있다. 군 복무 시절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허 원장은 한국가족상담센터 선임연구원과 장애인협회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늘평안주야간보호센터&요양원을 맡은 지 어느새 3년이 되었습니다. 현재 저 이외에 총 열세 분의 선생님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요양원은 정원이 아홉 명이고 주야간보호센터는 마흔네 명인데,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어르신과 함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점이 제일 아쉽습니다. 모두들 여기에 오셔서 즐겁게 지내셔야 하는데 말이죠.”

계룡은 허 원장이 1989년부터 2009년까지 20년 간 근무한 지역으로 이제는 그의 고향인 포천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그는 전역 후 제2의 삶에 대한 계획을 세우다 어르신들에게 즐거움과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에 계룡에 위치한 늘평안주야간보호센터&요양원에 지원했다. 허 원장은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현재의 삶이 행복하다며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보통 군인은 마지막 근무지에서 정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가장 오래 살았던 계룡에 정착을 했습니다. 누구나 처음 하는 일은 막막하고 두렵듯이 저 또한 그랬습니다. 요양 시설은 처음인 데다 누군가 일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저 스스로 하나하나 배우면서 해야 하니까 힘들었죠. 하지만 어르신들과 함께하면서 일에 보람을 많이 느끼니까 힘든 것도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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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과 함께하면서 느끼는 하루하루의 행복

늘평안주야간보호센터&요양원은 어르신들의 마음을 편하고 즐겁게 해드리는 것을 가장 염두에 둔다. 이를 위해 허 원장은 청결과 친절, 세심한 마음씀씀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매일 아침 시설을 돌며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직접 꼼꼼하게 챙기는 그는 어르신들의 얼굴 표정이 환한지 어두운지, 손은 차가운지 따뜻한지, 밤새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를 파악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즐거운 대화와 유쾌한 농담이 오가고 자연스럽게 웃을 일도 생긴다고.

또 늘평안주야간보호센터&요양원은 SNS를 이용해 트리 만들기, 종이 접기 등 어르신들의 다양한 활동 시간을 보호자들에게 공유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실 코로나19로 면회가 어려운 요즘 같은 상황에는 사진으로 얼굴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않으세요. 그나마 주야간보호센터는 어르신들이 아침에 오셨다 저녁이 되면 가시니까 덜한데,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분들에겐 저희가 자세히 상황을 설명하면서 마음을 풀어드립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선생님들은 어르신들이 남은 삶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실 수 있게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104세를 맞은 한 어르신의 생일잔치가 있었다. 고깔모자를 쓰고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잔뜩 품고 행복해하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며 허 원장 자신 또한 진심으로 행복했다.

“어르신들이 웃을 때가 가장 보람 있어요. 하지만 마음이 아플 때도 있습니다. 여기서 지내시다가 병원에 가실 일이 생기면 대부분은 다시 못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더더욱 어르신들 건강 챙기는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혈압이나 당뇨는 매일 체크하고 드시는 음식, 화장실 가시는 횟수, 일상에서의 사소한 행동이나 말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기록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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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포함한 모든 선생님들은 어르신들이 남은 삶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실 수 있게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

현재 늘평안주야간보호센터&요양원에는 허 원장 외에 두 명의 제대군인과 두 명의 군 가족이 근무 중이다. 제대군인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는 허 원장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노라”며 미소 지었다.

“군인 출신 직원은 성실하고 책임감이 남다릅니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할 뿐만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다는 게 최고의 장점 같아요. 업무 분담이 확실해서 함께 일하다 보면 손발이 척척 맞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허연무 원장은 사회복지 관련 일은 제대군인이 하기에 좋은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노인인구가 점점 늘고 있는 고령화 시대에는 더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곳이 바로 노인복지 분야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어르신을 응대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지도 않을 테고요. 삶의 경험과 연륜이 있는 제대군인이라면 어르신들을 이해하고 돌보는 일이 젊은이들보다는 좀 더 용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엔 군 생활을 30년 넘게 하다 보니 부모님에게 못했던 게 생각나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대하게 되더군요.”

허 원장의 목표는 어르신들과 오래도록 즐거운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사소한 고민 하나 더 들어주고, 마음 쓰이게 하는 일이 없도록 찬찬히 살피며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다 보면 앞으로 늘평안주야간보호센터&요양원이 더 행복하고 소중한 어르신들의 공간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허 원장은 제대군인들을 위한 따듯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모든 군인들이 현직에 있을 때는 잘 못 느끼지만, 전역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막막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러나 찾아보면 기회는 많이 있습니다. 전역 후 무엇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해나간다면 크게 두려워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요.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는 언제든 온다고 생각합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먼저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행복한 인생 두 번째 서막을 열 수 있어요.”

“즐거운 제2의 인생을 보내는 방법은 보람 있는 일을 찾아 오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허연무 원장.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그의 삶에 늘 즐겁고 행복한 일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더불어 그와 함께하는 어르신들의 남은 삶 또한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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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터전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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