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히어로

철저한 휴식과 꾸준한 준비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다
하동훈

예비역 육군 소령

초등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그만큼 하고자 하는 사람도, 하고 있는 사람도 많고 그 치열한 생태계는 살아남기도 힘든 곳이 되었다. 정글 같은 그곳에서 자신만의 뚝심으로 자리 잡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꿀단지PD’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하동훈 예비역 소령을 만났다.

글 · 양샘   사진 · 김지원   영상 · 하주현

얼리어답터 군인, 크리에이터가 되다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벽 한쪽에 걸려있던 은색의 실버 버튼이 반짝이며 반겨준다. 구독자를 10만 명 이상 보유한 채널에 주어지는 인증이자 혜택인 그 실버 버튼 말이다. 단순히 구독자 수만 충족됐다고 받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측에서 해당 채널을 검토한 뒤 수여하는 만큼 국내에서 실버 버튼을 받은 유튜버는 5천 명도 되지 않기에 실버 버튼을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크리에이터로서는 상당한 자부심이 된다.

“저는 기본 성향이 얼리어답터적 성격이 굉장히 강해서 예전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각종 전자제품이 새로 출시되면 남보다 먼저 써봐야 했고, 또 한 가지를 진득하게 탐구하는 걸 좋아했어요. 군 시절에도 정보통신병과에 있으면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머물러있기보다 최신 기술을 배우고 학계에 있는 사람들과 안팎으로 교류도 해야 군의 조직이나 기술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KAIST 위탁으로 전산학 석사과정도 취득했어요.”

예전부터 취미 생활로 글을 쓰면서 IT 칼럼도 써오던 그는 전역 후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로 결심한다. 현시대가 글보다는 영상 콘텐츠를 더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영상을 찍어 본 적도, 방송을 해 본 적도 없어서 카메라 쳐다보는 것도 굉장히 어색하고, 마이크에 이야기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아 초창기 영상은 부자연스러운 것들이 많았다고. 그래서 사람들이 얼마나 내 영상에 관심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이 댓글로 실질적인 조언들을 주어서 조금씩 자연스러워졌다고 한다.

휴식은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다시 끌어올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아무것도 안 하고
그대로 두는 것이죠.

어렵지 않고 쉽게, 차분히 이해시키는 유튜버

그가 처음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이후로 4년 5개월 동안 800여 개의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 해 왔다. 전체 영상 중 스마트폰을 다룬 영상이 48%, 생활가전이 12%, 노트북이 9%, 그 밖에 전자기기나 어플 등에 대한 다양한 팁을 다루는 영상 5.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 영상들의 공통점은 화려하지 않고 조곤조곤, 무엇보다 관련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봐도 어렵지 않게 이해하며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대해 강의를 하며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는데 이건 소위 말하는 ‘부캐’예요. 제 본업은 유튜버로서 IT 테크 관련 내용을 다루는 ‘꿀단지PD’ 채널 운영입니다. 하지만 결국 둘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IT 테크 분야에서 기술적인 부분들을 리뷰하기 때문에 대학교에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이해시키는 것과 비슷하게 제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득되도록 만들어야 하거든요.”

구독자를 빨리, 많이 모으려면 자극적인 콘텐츠와 튀는 언변이 도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지식을 토대로 궁금한 것을 파헤치며 탐구하는 자세로 살펴보면서 차분하게 설명한다. 그 덕분일까. 꾸준히 구독자가 늘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의 길로 접어든 2018년 이후 4년 만에 실버 버튼이 그에게 주어졌다.

“사실 전역을 한 30대 중반, 크리에이터로서는 늦을 수 있는 나이에 새로운 삶을 시작했으니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그만큼 모든 것을 다 걸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해킹을 당해 채널이 사라진 거예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지? 싶을 정도로 막막했는데 그래도 운이 좋게 다시 계정을 되찾아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철저한 쉼과 준비, 두 번째 인생의 시작

“12년 군 생활 동안 제대로 된 휴식이나 쉼이 없었어요. 휴식이 낯선 단어였죠. 월화수목금금금 같았으니까요. 그래서일까, 전역 후에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감이 들었어요. 크리에이터의 삶도 비슷해요. 휴일이 없어요. 주말이나 공휴일이라고 해서 사람들의 댓글이 없는 것도 아니고, 영상 업로드 자체를 주말에 올려야 더 많이 보기도 하거든요.”

그런 삶을 살다가 제대로 쉬어보자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든 바닥이든 누워서 하루를 보내는데 처음에는 그것도 불안했다고 한다. 휴식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몇 번을 해보고 나서야 생각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소위 말해서 멍때리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정신과 몸을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건강한 휴식임을 알게 되었다고.

“저에게 휴식이라는 것은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그것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몸과 마음을 아무것도 안 하고 그대로 두는 것이죠.”

그런 휴식을 통해서 비로소 오늘의 내가 되어간다는 하동훈 씨는 덕분에 일정한 휴일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크리에이터의 삶도 잘 감당하고 있다.

“전역 후 크리에이터로 산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맨땅에 헤딩한다고 했지만, 사실 저는 전역 전부터 이 삶을 염두에 두고 개인적으로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인플루언서나 1인 미디어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계속 살펴보고, 전역 후에도 IT 관련 글을 쓰면서 유튜브 세상에 뛰어들 준비를 한 거죠. 공부를 하면서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바로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라면서 후배들에 대한 따뜻한 당부의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군 생활 동안 바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짧은 토막 시간이라도 활용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계속 준비를 하는 것이 제2의 인생을 대비하는 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