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여기 가게

한국의 브루클린 성수&로봇 바리스타가 있는 푸드테크

글 · 양샘   자료 · 라운지랩

힙스터들의 성지, 성수

성수역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 그리고 서울숲 인근은 한국에서 가장 힙하고 트렌디한 콘텐츠들과 낙후된 공간들의 옛스런 멋이 만나 MZ 세대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들이 주목하는 동네가 되었다. 성수동을 대표하는 붉은 벽돌의 건물들과 낡은 공장, 창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옛스러운 낡은 건물들 사이로 세련된 콘셉트로 꾸며진 내부 공간, 그리고 그 공간들을 채우는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성수가 이렇게 변모한 것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1970년대, 우리나라 경공업의 중심지였던 성수동은 1980년대 이후 빠르게 쇠퇴했다. 섬유공장, 수제화 공장, 인쇄소 건물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고 버려진 폐공장과 창고들은 을씨년스럽게 남아 2000년대 초까지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전락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텐츠, 아이템들로 무장한 젊은 창업가들이 이 지역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버려진 폐공장과 창고 특유의 느낌을 살려 공간을 재생,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2011년 문을 연 ‘대림창고’로 1970년대 정미소였다가 1990년대부터 공장 부자재 창고로 쓰였던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패션쇼나 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었다. 대림창고의 성공 이후 공간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리모델링 바람이 성수동에 불었다. 현재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베이커리 카페 ‘어니언’과 ‘자그마치’ 등 SNS를 달구는 핫한 공간들 대부분이 식당이나 공장, 인쇄소였던 공간을 리모델링했다. 붉은 벽돌하면 떠오르는 ‘성수연방’ 역시 성수동 하면 떠오르는 그 이미지를 그대로 오래된 공간의 느낌을 살려 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낡음 속에 최신 기술이 꽃피는 성수

성수는 또한 다양한 IT기업이나 유망 스타트업들이 몰려들어 신흥 업무지구로도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패션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무신사’의 경우 서울 강남을 떠나 본사를 성수동 공유 오피스로 옮겼다. 차량 공유 업체 ‘쏘카’, 자율주행 센서 스타트업 ‘비트센싱’, 그리고 게임 ‘배틀 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도 곧 성수동에 둥지를 틀 계획이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곳은 로봇 카페 ‘라운지엑스’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 ‘라운지랩’이다.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을 통해 특히 푸드 리테일을 비롯한 일상에 서비스 로봇을 적용하는 스타트업이다. 2021년 4월 성수동에는 노란색의 팝업 스토어 ‘브라운바나’가 깜짝 등장했다. 이곳에서는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ARIS)가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 아이스크림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고객이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원하는 맛과 모양을 선택하면, 아리스가 로봇팔을 움직여 캡슐 아이스크림을 추출해 고객에게 전달한다. 비가 오건 날씨가 덥건, 직원의 숙련도 여부에 상관없이 아리스는 일관된 품질의 아이스크림을 서비스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사나 소개, 휴식과 졸기 등 다양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모션 콘텐츠가 적용되어 아리스의 얼굴이 되어주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상황에 맞는 표정까지 표현할 수 있다.

외식업계의 새로운 트렌드, 푸드테크

성수에서 목격한 브라운바나의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처럼 외식업계에서 ‘푸드테크’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브라운바나 뿐만 아니라 로봇카페 ‘봇봇봇’ 역시 성수에서 한 번쯤 가봐야 될 핫플레이스가 되었고 무인 로봇카페 ‘b;eat’는 이미 100호점을 돌파했다. 국내 최초 바리스타 로봇 협업 카페인 ‘라운지엑스’의 경우 바리스타 로봇인 ‘바리스(BARIS)’를 세분화 하여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하는 ‘바리스 에스프레소’, 드립 커피를 전문으로 내리는 ‘바리스 핸드드립’, 배달커피 전용인 ‘바리스 브루’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바리스타 로봇들은 대부분 원두의 특성을 고려한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들에게 일관된 커피 맛을 유지해서 제공하고, 직원들은 고객과의 교감과 새로운 메뉴개발 등에 더 할애할 수 있도록 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커피나 아이스크림 뿐 아니라 말차를 만드는 로봇도 성수에 등장했다. ‘슈퍼말차’라는 곳으로 성수 특유의 느낌을 살린 카페 내부에는 말차를 만드는 로봇 ‘말로(Malo)’가 말차 도구를 가지고 부드러운 말차를 만들어내고 있어 이미 많은 이들의 인증샷 장소가 되고 있다. 외식업계는 푸드테크의 흐름에 힘입어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서빙 로봇인 ‘딜리플레이트(딜리)’를 상용화해서 공급하고 있고, 또 다른 서빙로봇 판매업체인 위캔코리아 역시 서빙로봇을 판매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푸드테크는 이제 시작이다. 코로나19로 야기된 비대면과 함께 초기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거나 특별한 기술 없이 시작하려는 이들이 많이 주목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직 기술적인 면에서, 그리고 비용적인 면에서 갈 길이 많이 남아 있고, 사람과 로봇과의 협업에 대해 고민해야 될 부분도 많다. 하지만 외식업계에서 푸드테크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성수가 낡음과 새로움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힙’함을 찾아 성지가 되었듯이, 푸드테크 역시 사람과 기술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