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산과 삼각지 사이, 큰길에서 벗어나 작은 골목 사이를 따라가다 보면 주택 건물들 사이로 트렌디한 외식 공간들이 들어서있다. 기존 주택들을 개조한 음식점들을 하나하나가 튀어 보이기보다 골목에 잘 녹아들어 골목길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바로 용리단길이다.
요즘 떠오르고 있는 용리단길은 사실 호젓한 거리에 낮은 주택들과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조용한 동네였다. 자동차 한 대 정도가 지나다닐 정도로 넓지 않고 한산했던 동네 근처에 대기업 사옥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골목길마다 핫한 음식점들이 하나둘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용리단길이라는 별칭까지 붙으며 이제는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사람들이 찾는 핫한 골목길이 되었다. 불과 4년 정도 만에 일어난 변화다. 그래서일까. 이 근처를 오랜만에 찾은 이들은 상전벽해라고 하기도 하고, 새롭게 형성된 핫플레이스가 궁금해 처음 찾은 이들에겐 좁은 골목 주택가 사이사이 숨은 다양한 공간들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는 미로 같은 동네가 되기도 한다. 30년 넘게 신용산 뒷골목에 자리 잡고 한 자리를 지켜온 터주대감 같은 오래된 노포부터 정갈한 파인 다이닝, 어느 나라 국적인지 알기 어려운 다양한 음식들이 즐비한 음식점이나 소소한 소품들을 파는 편집샵까지 모두 골목 사이에 숨어 있는 용리단길은 그래서 더 특별할지도 모른다.
전통주 소믈리에가 있는 ‘전술가’
멕시칸 전통술과 음식을 만날 수 있는 ‘버뮤다 삼각지’
용리단길에는 유난히 다양한 국적의 외식공간들이 많다. 흔하게 접하는 서양 가정식부터 베트남이나 중국, 남미까지 즐비한데, 이 다양한 국적의 음식들을 하나의 키워드로 만나보고 싶다면 ‘전통주와 어울리는 음식’이라는 주제로 용리단길을 찾아가 보자. 그 첫 시작지로 우리나라 전통주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전술가’를 추천한다. 단순히 소주나 막걸리 정도만 알고 있던 우리나라 전통주에 대한 인식을 확 바꿔주는 곳이다. 맛있는 ‘전’과 우리 ‘술’이 있는 ‘집’이란 상호명 그대로 전통주를 전문으로 다루는 소믈리에가 직접 지역별 명주를 선별해서 한국 보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식들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와인바에서 와인만 마시고 위스키바에서 위스키를 마시듯이 오직 전통주만 다루는 이곳에는 막걸리, 약주, 청주, 증류주 등 총 35종의 전통주가 있으며 계절에 따라 그 리스트가 변경된다. 여기에 육전과 새우 감자전, 오리말이 리조또 등 다양한 음식 메뉴들을 갖추고 있어 술의 유형이나 그 날의 날씨, 고객의 기분에 따라 전통주와 음식 페어링을 추천해준다.
우리나라 전통주로 시작했다면 이번에는 태평양 반대편, 강렬한 태양 아래 그만큼 독한 전통주와 맵고 중독적인 음식들로 유명한 멕시코를 만나볼 차례다. 겉모습부터 작렬하는 태양을 떠올릴 법한 강렬한 주황색의 ‘버뮤다 삼각지’가 바로 그곳으로 상호명에서 알 수 있듯이 버뮤다 지역에 위치한 미스테리한 삼각지대와 매장이 위치한 삼각지의 지역명을 센스 있게 조합한 이곳은 레트로한 멕시칸을 표방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외장만큼 내부 역시 자유롭고 이국적이며 트렌디하다. 이곳에는 멕시코하면 떠오르는 데킬라부터 중남미의 강렬함이 떠오르는 다양한 칵테일들이 구비되어 있다. 그리고 멕시칸 향신료를 더한 풍미가 있는 음식들이 함께 준비되어 있다. 먹기 좋게 수비드한 립과 한국적인 맛을 접목한 퀘사디아, 그리고 엔칠라다, 타코 등 다양한 멕시칸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다. 스파이시한 향신료 맛이 느껴지는 음식들을 한가득 차려놓고 목을 축이는 술과 함께 하고 있노라면, 지금은 쉽게 가기 어려운 곳이 된 멕시코 휴양지 칸쿤이 떠오른다. 그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햇빛과 바람을 즐기는 기분이랄까. 이 밖에도 프랑스산 와인과 가벼운 프랑스 요리들을 즐길 수 있는 캐주얼 다이닝 ‘루블랑’부터 다양한 수제 막걸리를 만날 수 있는 ‘NOOK’, 중국술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꺼거’, 베트남 쌀국수와 맥주 한 잔을 맛볼 수 있는 ‘효뜨’까지 용리단길에서 각 나라의 감성과 한국적인 골목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정취를 누려보는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