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히어로

상식과 이치가 기본인
지혜로 준비하는 삶
박경철

예비역 육군 원사

오랜 시간 한 조직에 몸담고 생활한 끝에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명예나 지위가 주어질 수도 있지만, 그 무엇보다 큰 것은 변치 않는 삶의 지혜 한 조각이 아닐까. 자신의 위치에서 정점을 밟고 내려와 다시 새로운 길을 걷는 박경철 교수는 자신만의 흔들림 없는 인생을 걸어가는데 있어 기준이 되는 지혜에 대해 꺼내놓았다.

글 · 양샘   사진 · 강권신   영상 · 하주현

군의 미래가 될 학생들에게 전하는 꿈

학기 중 수업으로 분주한 대학 캠퍼스. 복도 양쪽으로 늘어선 강의실마다 강의에 열중하거나 과제, 스터디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로 꽉 차 있다. 20대 초 중반이 뿜어내는 젊음과 열기는 초여름의 초록빛보다 싱그럽지만, 그 중심에서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학생들을 향한 열의와 의지를 못지않게 뿜어내는 초로의 남자가 있다. 바로 전투부사관과에 재직 중인 박경철 교수다.

“14년 6개월간 최전방 GOP 근무를 하고, 육군 보병학교에서 훈육관으로, 그리고 부사관학교에서 참모학 교관 등을 역임했습니다. 34년의 시간을 통해 후배 부사관들이 보다 나은 여건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부사관 교육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 시간을 거치며 군 생활 다음으로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 끝에 제가 가진 경험과 전문성을 특히 예비 간부가 될 학생들에게 전수해주고 싶어 교수의 길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박경철 교수는 군대라는 한 조직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육군주임원사를 역임하며 군 생활의 정점도 찍어 보았다. 하지만 그는 늘 현재의 자신보다 군의 미래가 될 후배들에게 무엇을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생활을 시작해 학력에 대한 핸디캡이 있었습니다. 훈육관과 교관 생활을 하며 무엇보다 나 자신이 후배 부사관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늦은 나이에 전문대에 진학하고 편입해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땄습니다. 여기에 34년의 군 생활 노하우를 더해 현재 대학에서 예비 간부들이 될 학생들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참모론, 무기체계론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의 역할은 학생들이 간부가 되었을 때 사회와 군대를 연결해주는 가교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입니다.”

지혜란 쉽게 만들어지지 않고
일상을 통해서 나옵니다.
상식이 통하고 이치에 부합되어야만
바르고 지혜로운 생활이 되는 것이죠.

인성을 갖춘 사람, 그리고 군인

군에서도 훈육관과 교관 생활을 했지만, 사회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여러모로 다른 일이었다. 그래서 박경철 교수 역시 여러 가지 고민도 많고 어려움도 있다.

“군대는 모두 군인의 신분이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 하에 움직입니다. 하지만 대학은 자유분방한 분위기라서 이들이 군인의 길을 걷기 위하여 필요한 군대의 체계를 체득시키는 것이 과제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이 군대라는 집단에 속해 그 사명감을 짊어지고 가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속에서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경철 교수가 생각하기에 부사관이란 군대와 사회, 장교와 사병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위치다. 그 때문에 지식적인 부분은 배우고 노력해서 익히면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군인은 체력이 튼튼해야 하고, 명령에 복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입니다. 부족한 군사 지식은 군 생활 경험을 통해 갖추면 되고, 체력 부족은 노력하면 향상되지요. 하지만 인성은 하루아침에 갖춰지지 않습니다. 특히 부사관은 군 간부로서 위아래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삶에서 만들어가는 지혜

박경철 교수가 군 생활 34년과 대학교수 생활 5년을 하면서 터득한 것이 하나 있다. 이것은 그의 교육 철학과도 맞닿아 있는 가치이며, 또한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군 생활이나 사회생활 모두 통용되는 가치다.

“지혜라는 것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고 일상을 통해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늘 상식이 통하고 이치에 부합되어야만 바르고 지혜로운 생활이 되는 것이죠. 결과에 연연해서는 되지 않습니다. 지혜로운 삶은 항상 상식이 통하고 이치에 맞을 때 되는 것입니다.”

긴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몸담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그에게 6월은 어떤 의미일까?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선배 군인들의 피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국가에 헌신하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더 경의를 표하고 그분들의 노력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현역 군인들도 언젠가는 전역하게 됩니다. 전역 이후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박경철 교수는 현실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미래에 보다 나은 인생을 위해 군 경험 특히, 역경을 이겨냈던 불굴의 정신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 강조한다.

“오랜 군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서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지혜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