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여기 가게

비어가는 원도심을 채우는 문화예술

포항 중앙동 꿈틀로

포항시 중앙동 일대는 1900년부터 2000년대까지 약 100년 동안 포항의 경제, 문화 중심지로 사람들이 몰리던 곳이었다. 도시계획에 따라 사람들이 떠나며 서서히 활력을 잃어가던 이곳에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하나둘 둥지를 틀며 꿈을 키워가는 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중앙동을 찾아가 본다.

글 · 양샘   자료 · 포항문화재단

비어버린 구도심에 깃드는 꿈

일제 강점기부터 포항의 혼마치, 포항의 명동이라 불리던 중앙동은 그러나 여타 도시들이 겪어왔던 것처럼 도심 공동화로 2000년 이후 빈 점포와 유휴공간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사람이 떠나고 활력을 잃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중앙동을 새롭게 살려내고 싶어 했다. 이에 포항시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원도심 조성사업을 시작하면서 이곳에 ‘꿈틀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수많은 사람과 공간들이 오가고,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는 역사를 딛고 사람과 문화, 예술로 공간들을 새롭게 채워가기 시작한 지 6년. 오래된 공간이 가지고 있는 미덕에 다채로움이 물들어 이제는 거리 곳곳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단순히 예술가들이 모인 것이 아니다. 단순히 작가 활동만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곳에 가면, 그저 길거리를 걷는 시민들도 한 번쯤 걸음을 멈추고 커피 한잔하듯 작은 전시를 감상할 수 있고, 맛집을 찾듯이 내 취향에 맞는 공방을 찾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금요일밤에 열리는 작은 콘서트로 귀를 호강시키기도 하고, 평소 궁금했던 작가의 책을 주제로 토론도 할 수 있다. 꿈틀로에 가면, 그곳에 가면 유리벽 너머로 보기만 하는 문화예술이 아니라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문화예술이 펼쳐지는 것이다.

청포도 다방 음악공연

배러댄센트 공방

역사적 공간을 살린 문화 공간

꿈틀로에는 현재 28명의 입주작가가 자리를 잡고 활동 중이다. 회화, 공예, 도예, 음악, 한국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여러 시민들과 함께 하는데, 각자 다양한 체험행사나 시민 참여 프로그램들을 별도로 운영하기도 하고,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엔 298놀장과 거리 축제를 개최해 시민과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여겨볼 곳이 바로 ‘청포도 다방’이다. 이곳은 1960년대 초 사진작가 박영달 선생이 오픈한 음악감상실이었던 곳으로 시인 이육사가 머무르며 오천지역 청포도밭을 배경으로 시 ‘청포도’를 탄생시킨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 때문일까. 과거부터 이곳은 포항지역의 문인들과 예술적 지식, 감성이 풍부한 이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며 활발한 담론을 펼치던 공간이었다. 이러한 공간의 역사적 의의를 살려 현재는 포항문화재단에서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공간을 재해석해 꿈틀로 내 문화적 거점 공간으로 조성했다. 현재는 청포도 다방만의 역사성을 스토리텔링 한 문화공간이자 포항 시민들의 소통 공간으로서 지역 청년 예술인 발굴을 위한 음악공연이나 지역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마찬가지로 스페이스298 역시 대안공간으로서 포항 시민들에게 삶 속에서 누리는 문화 주권을 실현하고자 프로젝트성으로 다양한 실험적 전시를 펼치고 있다.

흙내음풀내음 공방

스페이스298 전시 찰랑일렁꽂꽂뒹굴

삶과 함께하는 문화예술의 거리

하지만 꿈틀로에는 공공의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문화예술 작가들이 자신만의 작업이나 작품활동, 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양초공예공방인 ‘배러댄센트’의 첫 시작은 작은 양초 하나였다. 경력 하나없이 꿈과 열정 하나로 방 한 칸에서 시작한 양초 공방이 꿈틀로에 자리잡으면서 다양한 결을 가진 작가들을 만났다. 이 만남을 통해 청년작가팀을 구성하고 음악과 양초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으로 전시공연을 진행하기도 했고, 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 성별을 대상으로 양초 하나로 작은 꿈을 전달하는 체험 프로그램과 공방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양초를 만드는 것이 아닌, 양초를 매개로 사람들에게 다양한 예술적 영감과 꿈을 심는 것이다. 꿈틀로에는 젊고 현대적인 것만 있지 않다. ‘흙내음풀내음’ 공방은 우리 선조들의 삶이 깃든 전통문화 짚풀공예를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통해 짚풀공예 보급에 힘쓰고 동시에 지역문화유산을 살린다. 또한 짚풀공예를 매개로 장애인 발달 교육을 진행해 장애인들이 자신의 개성을 발산하고 존중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내 삶과 밀착된 문화예술을 누리고 싶을 때, 죽어있는 도심이 어떻게 문화예술로 살아나는지 보고 싶을 때, 포항 꿈틀로로 발걸음 해 나만의 꿈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