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의 마무리

어렸을 적 제 꿈은 오직 군인이었습니다. 소위 남들이 얘기하는 밀덕이었고, 장병들 앞에서 멋있게 지휘하고픈 막연한 꿈을 꾸며 장교 생활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강원도 고성군에서 군 생활을 하던 시절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처참했던 광경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화마와의 사투에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한 치의 양보 없이 본인들의 임무에 열중하는 소방관들을 보며 죽기 전에 꼭 이 임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 방위와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임무도 숭고한 일이었지만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결심하고 과감히 전역하게 되었습니다.

전역 후 1년간의 공부 생활

막상 전역하니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할지 막연했습니다. 그때 방문했던 곳이 제대군인지원센터였습니다. 생각과 다르게 친절하게 하나씩 설명해주셨고, 제가 정말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 도움으로 학원에 등록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공부하기 전 주변 수험생들의 평균 나이대가 20대 후반~30대 초반이어서 저에게 공부를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익숙하지 않게 느껴졌고, 처음 2개월은 전역을 후회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현직 소방관 동기들을 수소문해서 공부 방법을 알아보고 잘못된 학습 방법들을 수정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습관들과 방식들을 수정하니 거짓말처럼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시련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 성적이 오르지 않는 정체기, 즉 슬럼프가 생겼고 다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중대장 시절 대대장님께서 항상 해주셨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왜 이 시간에 독서실에 앉아 공부하는지, 이 힘든 공부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없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바로 슬럼프를 핑계로 쉬는 것이 아닌, 계속 공부하는 정면승부를 택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 방법이 정말 최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피곤하고 힘드니까 잠시 쉬자는 생각은 저에게는 도망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이 수기를 보시는 분이 있다면 피하거나 우회하지 말고 정면승부를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하며 대망의 필기시험을 보게 되었고 안정권의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체력 및 면접 준비

소방공무원은 일반 공무원과는 다르게 강인한 체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체력 종목들을 단기간에 연습해서 시험 볼 수 없습니다. 특히 도달 기준이 높기 때문에 목표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낭패보기 십상입니다. 저는 필기시험 3개월 전부터 체대 입시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체대 입시학원들은 소방 체력 과목 강의를 병행하기 때문에 근처 학원에 문의하고 가능 여부를 판단해 다니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실 군 생활을 통해 체력에는 자신 있었지만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력해도 쉽게 기록이 잘 나오지 않았는데, 4개월 정도 후 만족할 만한 기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에는 SNS에도 훈련 방법이나 자세 등이 나오기 때문에 참고하며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면접 준비

제대군인지원센터 상담사님의 도움으로 면접학원에 등록해 준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학원에 다닌 것이 신의 한 수라 생각됩니다. 대부분 수험생들이 스터디그룹으로 준비하는 데 이 방법이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더 크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강제성이 없다 보니 준비할 때 의지가 약해지고, 친목적인 성격으로 변질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학원에 다니면 전문가를 통해 태도나 말투, 내용적으로 고쳐야 할 부분들을 정확히 알 수 있고, 긴장감 있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면접을 준비한다면 학원에 다니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결언

전역 후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준비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개인에게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막연한 상태에서 허우적거렸으니까요. 운이 좋아 소방관이라는 업무에 매료되어 시험을 준비하고 합 격했지만, 이 글을 보는 분들이 막연한 연기 속에서 본인이 정말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앞을 헤치고 나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제목처럼 뜻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이 평탄할 수도 있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일 수도 있지만, 본인의 뜻이 명확하고 확실하다면 그 믿음을 가지고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전역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니까요! 모든 분들이 원하시는 일을 찾아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 "본 수기는 개인 견해이므로 2022년 소방공무원 시험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