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여기 가게

따스한 사람들이 채워가는 안동 신세동

‘그림애문화마을’

오랜 시간 양반들이 터 잡고 살아오며 고유의 양반 문화와 전통문화가 자리잡아 양반의 도시로 불리는 안동. 하지만 안동은 결코 시간이 멈춘 오래된 옛 도시가 아니다. 새로운 문화와 청년들이 스며들어 더불어 살아가는 현재진행형의 터전이다.

글 · 양샘   자료 · 다시여기서, 일상생활예술공방

골목길을 채우는 벽화와 사람의 온기

양반 문화, 하회마을, 서원과 향교, 모시. 안동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래서 선비 정신, 전통문화, 오래된 세월의 흔적 정도가 안동의 전부라고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안동에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활기찬 번화가가 있고, 대도시 못지않게 수준 높은 커피와 빵을 내는 카페가 있다. 무엇보다 골목골목 따스한 그림과 글귀가 새겨진 벽화와 그 골목을 채우는 정겨운 이웃들이 있는 마을이 있다. 안동 신세동에 있는 벽화마을인 ‘그림애문화마을’이 그런 곳이다. 벽화마을이라고 하면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로 오래된 산동네나 마을 벽화마다 그림을 그려서 외지인들을 불러모으는 프로젝트가 떠오른다. 그래서 오히려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관광객 때문에 정작 마을의 주인인 주민들이 소외되거나 삶이 불편해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신세동의 벽화마을인 그림애문화마을은 조금 다르다. 출발은 다른 곳과 비슷하게 2009년 시작된 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이었다. 마을 벽화 곳곳에 그림과 글이 새겨졌다. 그런데 이곳에 도시재생 활동가 같은 젊은 청년들이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다른 벽화마을과 달라지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주민들과 함께 그림애문화마을협의회를 만들어 창조지역 공모사업을 신청해 3년간 사업을 추진했다. 그 사이에 주차장이나 마을 전망대 같은 편의 시설과 주민들이 만든 물건들을 판매하는 할매네 점빵이 생겼고, 플리마켓인 그림애장터가 열리고, 마을에 있는 동부초등학교와 협약을 맺어 어르신이 어린이를 돌보는 ‘어린이 마을 돌봄’ 사업도 운영하게 되었다. 문체부의 생활문화공동체활성화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어 처음에 청년 2~3명으로 시작한 사업이 지금은 나무 공방, 직조 공방, 간식쿠키 공방 등 10여 개의 공방이 운영될 정도로 성장했다. 단지 ‘벽화’마을이 아니라 주민과 청년, 시가 함께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문화’마을이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림애문화마을을 둘러보면 어딘지 모르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골목 곳곳 벽화 찾기를 하던 시선이 결국 주민들, 학생들, 청년들이 함께 경작하고 가꾸는 마을 텃밭이나 어르신들이 커피 한잔하고 있는 카페, 무엇인가 수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공방 같은 곳들로 돌아간다.

일상에 스며드는 커피와 예술

이 마을 중심에서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다시, 여기서’라는 북카페다.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과 출판단지에서 어린이체험미술관을 운영하다가 결국 코로나로 폐업을 했던 북카페 사장님은 마음을 추스르러 여행하다가 들른 이곳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노을에 발목이 잡혀 몇 년 동안 문 닫혀 있던 낡은 카페를 매입하고 새로운 출발이라는 뜻의 ‘다시, 여기서’라는 북카페를 시작하게 되었다. 위치 덕분일까. 안동의 3분의 2를 볼 수 있는 풍경과 매일 달라지는 노을은 이곳의 주메뉴다. 풍경 맛집이다. 마을 사랑방답게 마을 주민들과 어르신들은 1년 넘게 매일 오후 1시면 어김없이 이곳에 들러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어른들에게는 생소했을 핸드드립 커피가 이제는 소소한 일상의 풍경이 되었다. 매월 1일은 떡과 과일, 빵 등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는 작은 잔치도 열린다. 사장님이 직접 로스팅 하는 원두커피의 향은 카페 안을 채우고 있는 다양한 피규어와 조형물, 책들 사이로 흐른다. ‘일상생활예술공방’도 ‘다시, 여기서’처럼 마을 안에서 특별한 역할을 한다. 2021년 4월 그림애문화마을에 자리 잡고 직조를 통해 그림애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을 만나 온 이곳은, ‘우리 생활의 모든 공간이 곧 생활예술공방’이 모토다.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누구나 예술가’라는 가치 아래 ‘환경’과 ‘자립’이라는 키워드를 담는 것이다. 그래서 안동을 대표하는 안동포의 재료인 삼베를 재료로 하여 친환경 수세미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고, 낡아서 입을 수 없게 된 옷으로 가방이나 방석을 만들고, 천을 자르고 이어서 다시 직조를 할 수 있는 실로 만들어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활동들을 한다. 마을 주민들에게는 버려진 산업 쓰레기인 양말목으로 직조하는 법을 교육하고, 쓸모 있는 작품을 만들어 판매도 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직조 베틀 교육을 진행한다. 이곳에 가면 친환경 재료나 새활용 재료를 사용해 코바늘, 태블릿위빙, 고정잉아베틀, 손뜨개, 마크라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짠 직물 제품들이 한가득하다. 이렇듯 그림애문화마을에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마을, 사람과 자연이 함께 부대끼는 생생한 삶이 골목마다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