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펼침

최고를 만드는
내 안의
열정에 불을 지펴라!

글 · 오상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우리는 가끔 무기력해지고 답답할 때 “복장터진다”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한다. 복장이란 가슴 한 복판, 목 밑에 위치한다. 딱딱한 뼈가 복장 뼈이고, 그 안에 ‘티모스’라고 불리는 면역 기관이 있다고 한다. 철학자 플라톤은 티모스를 이성, 욕망과 함께 인간의 영혼을 구성하는 3가지로 꼽았다. 호메로스는 인간의 정신적 기능을 ‘프시케(psyche)’, ‘누우스(nous)’, ‘티모스(thymus)’로 보았는데, 프시케는 생명의 호흡을, 누우스는 사고 행위와 깊은 관련을 맺고, 티모스는 감정의 움직임(분노, 용기, 공포 등)을 담당하는 기능으로 정의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가슴 한 복판에서 꿈틀거리는 무엇인가를 티모스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열정이다. 사람이 열정과 에너지가 없으면 심신에 병이 나고 복장이 터진다는 표현처럼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다.

‘열정(passion)’이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을 말한다. 누군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일에 몰입하고 매진하는 모습이다. 열정이란 마음을 다하는 것이며, 모든 활동의 원천이 되는 에너지다. 한마디로 무엇인가를 꾸준하게 만드는 동력이요, 에너지 자원인 셈이다. 창의적 인재들이 수많은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천재적인 재능이 아니다. 수없는 도전과 실패를 계속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열정이라는 긍정적 에너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는 늘 이런 말을 들어왔다. “만약 우리가 가진 것들 중에 한 가지만 남겨야 한다면 그것은 열정이다. 열정은 천재의 재능보다 낫다.” 그리고 위대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불타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병통치약처럼 불리던 열정이 최근 부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바로 ‘열정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열정 상실의 시대’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최근 30년간 신문에 연재된 만화들 중 최고의 인기작으로 꼽히는 딜버트(Dilbert)의 작가 스콧 애덤스(Scott Adams)는 자신의 저서 『열정은 쓰레기다』에서 “열정적이어야 성공 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열정이 성공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성공이 열정을 이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성공하고 싶으면 열정 따윈 잊으라고 한다. 필요한 것은 열정이 아니라 에너지라고 말한다. 에너지가 충분해야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주어진 과제를 잘 풀어 갈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이란 좋은 시스템을 따라 운이 따라올 때까지의 노력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열정 때문에 성취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을 무시하고 목표에만 매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실패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다면 30-40대에 열정만 가지고 위대한 과학자가 될 수 없다. 최고의 음악가, 스포츠 스타, 건축가, 디자이너,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부터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고 해도 엄청난 피아니스트나 PGA투어를 누비는 최고의 골프선수가 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허황된 열정은 과감히 버리라고 충고한다.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이 한 달에 10kg을 빼겠다는 목표에 매몰되어 열정을 쏟아부으면 곧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해 버리고 탈진 상태가 된다. 그리고 자기 효능감 마저 저하되어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버린다. 그는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하루에 10㎞ 꾸준히 뛰기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충실히 지키기만 하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쓰레기 같은 열정만 드높여 왔을지도 모른다. 결국 스콧 애덤스는 열정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대책 없는 쓰레기 같은 열정을 통렬하게 비판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쓰레기 같은 열정을 주옥같은 열정으로 만들 수 있을까? 처방전을 알아보자.

첫 번째 단계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던 순간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도전을 해서 성취했던 작은 경험들을 말이다. 좌절을 딛고 반복적인 도전과 실패를 통해 이루었던 경험들이다. 이런 작은 성취감의 기억들은 우리 뇌의 열정 부위를 자극한다.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고 열정을 살아나게 하는 것이다. 그만큼 작은 성취의 경험들은 중요하다. 무기력 해질 때면 가장 열정적이었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티모스가 가장 활발했던 순간을 지속적으로 각인시키다 보면 열정 상실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 전략이다. 어제보다 나아진 나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 어제보다 조금더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강도를 점점 높이거나 시간을 할애한다. 이 전략은 결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 중심이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 씨는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는 방법으로 이 전략을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연습실에 들어서면 어제 연습보다 조금 더 강도 높게 1분이라도 더 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골프여제 박인비 씨는 연습량에 대한 질문에 “양보다는 질이 중요한 것 같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시간이 연습시간을 늘리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방식은 명확한 목표를 수립하되 단계별로 나누어 실천해 가는 것이다. 원대한 목표와 비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쉽게 이룰 수 없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했을 경우 우리는 열정 상실증후군에 빠져들게 되기 때문이다. 처참한 실패가 빛나는 성공으로 뒤바뀌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작은 성공이 큰 성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만, 실패가 성공으로 바뀌는 경우는 많지 않은 법이다. 메이저리거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은 <열정락서>라는 한 토크콘서트에서 자신의 성장기를 이렇게 말한다. “하나의 꿈을 이루고 나면 나를 다시 뛰게끔 하는 새로운 꿈이 생긴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메이저리거만 바라 봤다면 쉽게 지쳤을 것이다. 처음엔 야구선수, 그 다음은 프로야구 선수, 그리고 메이저리거까지 단계적으로 꿈을 꾸었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꿈꾸는 류현진으로 남았다.” 하루하루가 쌓여 인생이 되듯이 어떻게 하면 하루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해 보자. 그러다 보면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열정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중용』의 한 문구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베어 나오고, 겉에 베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아무 의미없는 열정은 이제 쓰레기통에 버리자. 전략을 세우고 정성을 다한다면 쓰레기 같았던 열정은 다시 주옥같은 열정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