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 직업 읽기

향으로 매혹하다

영화 <향수>와 조향사

“향기는 그 사람의 영혼이다”. 영화 <향수>의 대사다. 이 대사만큼 현대 사회에서 향을 표현하는데 적절한 말은 없을 것이다. 향기 마케팅을 넘어 자신만의 고유한 향을 갖는 것이 당연한 이 시대, 영화 <향수>를 통해 조향사라는 직업을 알아본다.

정리 · 편집실

<향수, Perfume: The Story of a Merderer>

  • 독일
  • 2006년
  • 감독 톰 티크베어
  • 출연 벤 위쇼, 더스틴 호프만, 앨런 릭먼 등

<향수>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한 작품으로 영어 부제가 말해주듯이 향에서 비롯된 어떤 한 살인자의 일생을 따라간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향기가 있다”는 대사처럼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각자만의 향기가 있다. 그리고 어느 누구보다 발달한 후각으로 그 향들을 구분해내고 조향할 수 있는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주인공, 그루누이.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그 어떤 향도 가지지 못했기에 늘 존재감이 없었다. 그래서 향을 가지고 싶었고, 사람들 속에 섞여 시선을 받고,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고 싶었던 그루누이. 영화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그루누이가 사람이 가진 고유의 향을 뽑아내고 조향해 궁극의 향수를 만들어 내고 결국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따라간다.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전통 향료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주인공이 그토록 향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향수에 크게 관심이 없던 이들도 주인공이 만들어낸 향수는 어떤 향기이길래 사람들이 그토록 미쳐버린 걸까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그 향기를 다루는 직업, 조향사. 그 매혹적인 직업을 소개한다.

조향사란?

말 그대로, 향을 섞거나 새로운 향을 만들거나 향을 입히는 등 향과 관련된 전문 직종으로 흔히 생각하는 향수를 만드는 일은 조향사의 수많은 일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조향사는 크게 퍼퓨머(Perfumer)와 플래버리스트(Flavorist)로 나뉜다. 퍼퓨머는 화장품이나 세제처럼 향이 들어가는 향장 제품(향수, 샴푸, 린스 등)의 향료를 조향하는 일을 하며, 플래버리스트는 식품에 들어가는 향료를 조향한다. 쉽게 말해 먹을 수 없는 향을 만드는 것이 퍼퓨머로 이들은 식용 여부에 대한 제약이 없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향을 만들 수 있는 반면, 플래버리스트는 식품 뒷면에 써있는 식품첨가물 중 천연향료 같은 먹을 수 있는 향을 만든다.

조향사가 하는 일은?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향과 콘셉트를 설정하거나 여러 가지 향료를 배합해 조향하고, 향을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평가 등 향과 관련된 전반적인 일을 한다. 향수나 화장품 등 향장 제품 외에도 방향제, 탈취제 등 우리 일상에 향과 관련된 산업이 확대됨에 따라 다양한 업무로 확장되고 있다.

조향사 진로와 전망은?

  • 화장품 회사에서 제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타깃 고객의 특성, 제품 콘셉트 연구 과정에 관여
  • 생필품 회사에서 화장품 외에 다양한 향장제품(샴푸, 린스, 세제, 치약 등)의 콘셉트와 기획 단계 참여, 콘셉트에 맞는 향료 배합, 시그니처 향 개발 등
  • 식품회사에서 개발된 식품에 어울리는 식용 향료 배합 및 개발능
  • 향료회사에서 제공받은 다양한 향 평가 또는 개발한 향 품평회
  • 기업 브랜딩 이미지를 위한 시그니처 향 개발
  • 공연장이나 전시장에 콘셉트에 맞는 향을 추천하거나 배경에 어울리는 향을 설치

조향 관련 학과와 자격증은?

  • 식품영양학과, 화학공학과, 화학과, 향수학과, 화장품학과 등 화학 관련 학과
  • 별도의 국가자격증은 없고 민간 단체들이 발급하는 민간자격증이 있으며, 조향사를 채용하는 기업의 경우 별도의 교육을 실시

조향사에게 요구되는 적성은?

쉽게 지치지 않는 건강한 후각과 냄새를 기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향을 맡고 구분할 수 있으며, 반대로 특정 향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단순히 조향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과 표현력이 기반되어야 하므로 창의적인 자질이 필요하다. 후맹(嗅盲, 콧속의 후각 세포가 망가져 냄새를 잘 맡지 못함)이나 미맹(味盲, 일반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다른 맛으로 느낌), 취맹(臭盲, 특정 냄새를 맡지 못함)은 조향사가 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