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히어로

사그라들지 않는 열정

박은하

예비역 육군 중사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할 때 우리의 심장은 뛴다. 그것을 우리는 열정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그러지 못할 때 우리의 열정은 꺼지는 것일까? 오히려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의 시간이라고, 우리의 열정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고 다시 불태울 수 있노라고 꾸준히 증명하는 이가 있다. 바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은하다.

글 · 양샘   사진 · 강권신   영상 · 하주현

WILD vs. WOMAN, 맨 몸의 유튜버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의 날씨. 코끝 찡하게 시린 겨울 강원도 평창 어느 계곡에서 머리카락을 정갈하게 빗어 묶은 민소매 차림의 한 사람이 망치로 두꺼운 얼음을 깬다. 2019년부터 벌써 3년째. 매년 겨울마다 얼음물 입수를 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은하캠핑의 그녀. 남자도 들기 힘든 무거운 쇠망치를 들고 시원시원한 망치질로 얼음을 깬 그녀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운동 후 그대로 차디찬 얼음물에 입수를 한다.

“새해마다 초심을 다짐하기 위한 겁니다. 처음 은하캠핑 채널을 시작했을 때부터 겨울마다 얼음물 입수를 해 왔어요. 사실 저는 추운 것을 싫어해서 얼음물 입수할 때마다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해요. 추운데 들어가지 말까? 이번엔 안 하면 안될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두꺼운 얼음을 깨고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서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올해의 목표를 정해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2018년, 특전사 출신의 한 유튜버가 등장한다. 제대로 된 캠핑 도구나 아웃 도어 장비 없이 손도끼나 톱, 낫과 부시 크래프트 등 최소한의 장비만 갖춘 작은 백팩 하나 메고 나무를 베어내 쉘터를 만들거나 부시 크래프트로 불을 피운다. 혼자 폐가에서 생존하기나 혹한기 캠핑처럼 야생 캠핑의 진면목을 보여준 데 이어 헬멧 동생이라 불리는 파트너와 짝을 이루어 실전 호신술을 선보이거나 사격 국가대표와 사격 대결을 펼치는 등 말 그대로 리얼한 모습을 선보여 많은 이들에게 열렬한 호응과 지지를 받게 된다. 그가 바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은하였다.

꺼지지 않는 열정

“대한민국 707 특수임무대대 출신, 현재는 은하캠핑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박은하입니다!”
첫 만남에서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운동선수로 생활하며 국가대표를 꿈꿨던 한 소녀는, 그러나 그 꿈이 좌절되었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꿈만은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의 911테러를 보며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휴전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특전사에 지원했습니다. 군인이 되어 태극마크를 달고 우리나라를 대표하겠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래서 그 중에서도 더 힘들고 고된 곳을 찾아서 지원한 것이 특전사였습니다.
여군 특전사는 일 년에 4~5명 정도만 선발한다. 극소수만 뽑기 때문에 준비과정에서부터 쉽지 않았다고. 하지만 중고등학교 때 운동선수였던 체력에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한 덕분이었을까. 그녀는 그 어려운 과정을 한 번에 통과하여 합격하게 된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운이 좋게도 한 번에 특전사가 되었습니다. 사실 한 번에 될 줄은 몰랐습니다. 면접 때 잘 모르는 시사문제도 자신 있게 대답을 했는데 그 덕분인 것 같습니다.”
처음 특전사를 지원할 때의 열정 넘쳤던 그 모습은, 전역을 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지금 역시 변함이 없다.
“전역을 하고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며 경력단절을 경험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열정을 가지고 좋아했던 것들에 대한 갈망이 커졌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난 후, 내가 좋아했던 것, 열정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한 것이 캠핑이었고, 이것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던 시간들이 경력단절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준비단계였다고 생각한다는 그녀는, 그렇기에 전역 이후 새롭게 시작하는 제2의 인생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정말 좋아하는 것을 향한 열정 하나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내가 좋아했던 것, 열정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력단절 시기는
다르게 보면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준비단계였다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는 군인 정신으로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채널을 키우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잘 하는 것, 늘 하던 것을 영상으로 찍어보면 어떨까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던 그녀는, 그러나 자신의 영상을 보고 많은 이들이 호응하고 응원해주어서, 그리고 그 덕분에 구독자가 늘어서 늘 감사하다고 한다.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구독자들을 위해서 보다 더 다양한 콘텐츠들로 보답을 하고 싶다고.
“제 유튜브 채널에서 하고 있는 콘텐츠들은 솔직히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그 상황이 닥쳤을 때 내가 살아남겠다는 정신력만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에 비해 정말 힘든 건 사회생활인 것 같아요. 사회에서 생존하기란 쉽지 않아서 저 역시 아직도 발버둥 치고 있지만, 전역하기 전에 미리 준비한 것이 있으면 그 길로 나가면 되고, 준비가 아직 덜 되었다면 제대군인지원센터를 통해 알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제대군인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 정보를 제공해 주거나 교육훈련을 통해 필요한 기술도 개발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거든요.”
그녀 역시 처음 사회에 나와서 경력단절도 경험해 보았고, 그 가운데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열정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것을 찾아 작은 것부터 시작해 왔기에 지금도 제2의 인생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을 많은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현재 군 복무를 끝내고 사회에 복귀를 하시는 선배, 후배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던 일들, 하고 싶었던 일들을 무조건 도전해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사회에 나와서 새로운 일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민만 하고 있기보다 내 마음과 열정이 이끄는 대로 일단 부딪혀 보는 것이 정답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던 일들,
하고 싶었던 일들을 무조건
도전해봐야 한다. 고민만 하고 있기 보다
내 마음과 열정이 이끄는 대로
일단 부딪혀 보는 것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