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다. 연말의 흥분과 설렘도 가시고 이제 남은 것은 추위뿐인 것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을 계절이다. 이 겨울이야말로 내 머리와 눈과 귀를 채우기에 더 적절한 계절이 있을까. 누군가가 속삭여주는 이야기 속에서 수많은 예술가의 도전을 목격하고 내 귀를 간질이는 음악에 귀 기울여보자.
혁명에 앞장섰던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아이러니하게 스탈린 집권 이후 퇴폐미술로 낙인찍혀 억압받았고, 동서 이념대립과 냉전으로 한때 서구 미술사에서는 의도적으로 가려졌지만, 현재는 20세기 현대 미술, 건축, 디자인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예술 경향으로 평가되고 있다. 100년 전 러시아를 뒤흔든 러시아의 아방가르드 작가 49인의 혁신적인 회화 작품 75점이 소개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칸딘스키와 말레비치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알렉산드르 로드첸코, 엘 리시츠키, 미하일 라리오노프, 나탈리야 곤차로바 같은 거장들의 작품이 이번에 소개되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하지만 20세기 예술에 큰 영향을 끼친 러시아 예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