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초월해 50년 전 서울의 골목길을 품고 있는 곳, 을지로. 지금 그곳에선 ‘힙’함이 꿈틀대고 있다. 누구보다 힙한 아이템과 아이디어를 찾고 싶다? 그렇다면 을지로로 가보자.
서울 시청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까지 쭉 뻗은 을지로는 종로나 퇴계로와 다른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만드는 건 한때 융성했던 1만여 개의 중소 제조업체들이다. 1960~1970년대 도시개발 붐이 일어나면서 공구와 조명, 타일 도기, 인쇄 가게가 빼곡하게 들어선 것이다. 슬레이트 지붕으로 이어진 철제 미닫이문의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는 비좁은 골목에는 지게차들이 바삐 오갔었다. 하지만 그 활기찬 골목도 옛말이 되고 재개발과 산업의 발달 등에 밀려 하나둘 문 닫는 가게들이 늘어가면서 활기찼던 골목은 낡고 을씨년스럽게 버려졌다. 그렇게 을지로는 50년 전 그 모습 그대로 박제되어 버렸다. 그런 을지로 골목이 언제부터인가 ‘힙지로’로 불리며 젊은 층이 열광하는 골목이 되었다. 뉴트로 열풍과 함께 낮은 임대료와 수많은 빈 공간과 가게들, 그리고 시청, 종로, 퇴계로, 동대문 등과 가까운 접근성을 이유로 청년들이 찾아든 것이다. 특히 청년 예술가들이 을지로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고 이에 맞춰 구도심을 문화적으로 재생하기 위한 지자체의 정책과 지원이 더해져 을지로는 오래된 거리에서 ‘힙’한 곳이 되었다.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의 업사이클 체험
제로띵스의 리필 스테이션
오래된 것과 낡음, 그리고 예술과 젊음이 만나 힙지로가 된 을지로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 있다. 제로 웨이스트샵을 표방하는 ‘제로띵스’가 그곳이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제로 웨이스트와 힙지로의 조합이라니. 언뜻 보기에 을지로와 친환경은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좀 더 행복하게 건강하게 만들자는 제로띵스의 철학을 들여다보면 이보다 더 을지로와 어울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과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는, 과거나 먼 미래가 아닌 ‘지금’을 살면서 좀 더 행복한 나를 추구하기 위해 을지로에 모인 이들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사실 제로 웨이스트, 친환경이라고 하면 불편하고 문명과 멀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제로띵스는 ‘행복’에 가치를 두기 때문에 오히려 무조건 쓰지말자가 아닌,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는 삶이 아니라 제로 웨이스트를 자연스럽게 삶의 한 형태로, 문화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대표적으로는 대나무 칫솔과 샴푸바, 다회용 빨대부터 인센스, 필름 카메라, 아트프린트와 같은 일상적인 상품들까지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쓰레기를 최대한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풍요롭고 행복한 삶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제로띵스에는 이 철학에 따라 단순히 케이스가 없는 비누가 아니라 다양한 색상과 효과를 가진 종류별의 비누가 갖추어져 있어 선택의 폭이 넓고, 일반 소품샵에서도 볼 법한 예쁘고 친환경적인 물건들도 많아 선물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다.
제로띵스 매장
제로 웨이스트하면 빠질 수 없는 곳이 또 있다. 바로 알맹상점이 운영하는 리스테이션이다. 리사이클을 콘셉트로 하는 곳으로, 친환경 물건 판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회용이 없는 카페, 비건 카페를 표방하는 공간이 함께 있다. 리스테이션은 서울역 옥상정원에 자리하고 있는데, 망원에 있는 본점이 화장품과 세제 등을 리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면 이곳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문화를 일상에서 체화시키는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텀블러와 다회용컵과 함께 일회용 휴지 대신 거즈 손수건도 비치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플라스틱 뚜껑 등을 모아서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는 업사이클 체험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기존과 다른 용도의 새제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 체험을 통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가치소비를 체화하게 하는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어려운 것도 불편한 것도 아니다. 예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일상에서 작은 것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꿔나가다 보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또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도 충분히 예쁘고 멋질 수 있다는 것을 제로띵스와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멈춰버린 을지로의 오래됨에 젊음과 예술이 자연스레 스며들어 힙이 되었듯, 멋지고 가치 있는 제로 웨이스트가 내 삶에 스며들면 우리 일상은 조금 더 힙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새롭고 가치 있는 창업 아이템을 찾는다면, 을지로와 제로 웨이스트에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