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 선수, 특전사, 보디빌더. 한 가지도 제대로 하기 힘든 이 세 가지 역할을 모두 훌륭하게 해낸 사람이 있다. 보디빌딩 맨즈피지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민수 선수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용기가 필요할까. 김민수 선수를 만나 들어보았다.
용기란 것은 어떠한 순간에서도 필요하다.
일을 하든, 경쟁을 하든, 사랑을 하든
어떤 순간에서도 용기는 필요하다.
이른 시간부터 땀을 후두둑 떨어트리며 묵묵히 아령을 들어 올린다. 얼마나 더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느냐가 아니다. 내게 주어진 무게를 누구보다 더 꾸준히 들어 올리느냐의 싸움이다.
“보디빌딩은 고독해요. 나 혼자 해야 하고, 나 혼자만의 싸움이고, 내 자신을 이겨야 하는 운동이거든요.”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 오전에 할당된 운동을 하며 한바탕 땀을 흘린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진 촬영을 위해 포토그래퍼의 요청에 따라 무거워 보이는 아령을 다시 가뿐하게 들어 올린다. 혼자 할 수밖에 없는 운동인 보디빌딩이나 어느 곳보다 힘들다는 특전사 모두 쉽지 않은 선택들이지만 그는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어요. 럭비를 하기 전에도 다양한 운동을 했었고 럭비도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너무 재밌었어요. 특전사를 지원한 계기도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한 평생 직업으로 삼아보자는 생각에서였거든요. 보디빌딩도 마찬가지였어요. 일반 부대와 달리 운동량이 많아서 전우들과 함께 운동을 하다 보니 흥미를 느꼈어요. 재능을 발견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몸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행복감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좀 더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전역을 결심하고 보디빌더의 길로 뛰어들었습니다.”
좋아서, 재밌어서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김민수 선수는 운동이나 군 생활 모두 가볍게 대하지는 않았다. 자신과의 싸움이라 불리는 보디빌딩보다도 군 생활이 더 힘들었다고 할 정도로 그는 특전사 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특전사 출신이면 누구나 공감할 텐데 천리행군과 ATT 훈련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훈련이었습니다. 그리고 공수부대여서 강하훈련 중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훈련처럼 위험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훈련의 양 자체도 많았고 강도고 굉장히 세서 정말 힘들었죠. 그래도 아무리 힘들어도 전우들이 곁에 있었고, 함께 으쌰 으쌰 하면서 시너지를 일으켜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남성적이고 강인하며 스스로를 이겨내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김민수 선수. 하지만 그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과 큰 용기가 필요했던 세 번의 순간들이 있었다. 그 첫 번째가 입대 당시 특전사를 선택했던 때다.
“직업군인이 되고 싶었어요. 이왕 갈 거 힘들고 멋있는 곳을 가보자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다른 곳보다 군 복무 기간도 길고 무엇보다 힘든 곳이니까요. 그래서 지원하는 순간까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보디빌딩이라는 종목을 선택했던 순간이었어요. 아무래도 오랜 시간 군 생활에 적응된 상태에서 처음 사회에 뛰어들어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이제 세 번째, 어쩌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가 필요했던 순간이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는 아내가 될 이에게 처음 용기를 내서 다가갔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용기는 어떻게 보면 자신감이랑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용기라는 것은 어떠한 순간에서도 다 필요하잖아요. 내가 일을 하든 경쟁을 하든 사랑을 하든 어떤 순간에서도 용기는 필요합니다.”
그래서일까. 김민수 선수는 그저 평범한 미래를 꿈꾼다. 남들처럼 행복한 가정에서 아내와 아이와 함께 하는 평범한 삶 말이다. 왜냐하면, 평범한 것이 가장 힘들기 때문에 모든 순간순간마다 용기를 내어 살아가는 그에게는 그 무엇보다 이 평범함이야말로 위대한 꿈이 아닐까. 그런 그가 이제는 자신처럼 전역을 앞두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단순하지만 힘 있는 조언을 건넨다.
“전역 후 사회에 뛰어드는 순간에 저 또한 두려웠어요. 군 복무를 5년 6개월 하다 보니 사회에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적응할 수 있을까 굉장히 두려웠거든요. 하지만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군에서 사회성과 정신력 등 많은 것을 배우니까요. 그 배운 것들이 사회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란 말이 있습니다. 일단 부딪혀서 실패와 성공을 통해 경험을 많이 쌓고 재미있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