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과 들에 온갖 색깔의 풀들과 나무들이 저마다 자랑하듯 꽃을 피우고 싹을 틔운다. 바람은 어느새 훈풍이 되었고 꽃내음 따라 걷다 보면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요동치는 생의 기운에 마음마저 두근거리는 4월, 음악을 들으며 즐겁게 걸어보자.
10집이다. 연차로는 20년. 이리저리 툭툭 튀고 마이너한 것 같으면서 귀에 쏙쏙 들어오는 악동 같던 그들도 이제 40대가 됐다.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도 겪고, 각자 결혼과 같은 중대사들도 겪으면서 소위 말하는 중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에픽하이는 여전히 에픽하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에너지와 겉모습이 조금 달라졌을 뿐, 장난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음악에 대한 진지한 태도나 열정은 그대로다. 오히려 더 깊어졌다. 물론 ‘에픽하이스러운’ 음악이 너무 변함없다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에픽하이스러움이 듣는 이들의 귀를 만족시킬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장할 수 있다. 특히 가수 윤하가 피처링한 ‘그래서 그래’는 꼭 들어봐야 된다. 에픽하이와 윤하의 조합은 우리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