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 인생

와! 정말, 대단하다!!!
귀농

2021년 제대군인 리스타트 챌린지 수기 당선작

글 · 소한균 예비역 육군 대령

왜 귀농을 결심하게 되었는가?

제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와! 정말, 대단하다!”입니다. 그것은 제가 선택한 길이 많은 사람이 생각은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 전역 후 무엇을 할까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선배나 동기생들 이야기에 따라 비상계획관 시험 준비에 매달렸습니다. 그런데 2017년 12월 초, 문득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비상계획관 정년 60세 이후의 나의 모습은?’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그동안의 시험 준비가 공허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은 엄청난 혼돈에 빠졌습니다.

귀농 및 농작물과 연계한 창업 결심

아내는 자녀들이 결혼을 할 때까지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와 일정한 수입이 보장된 직장을 원했지만 저는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직업,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있는 직업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TV에서 본 대령으로 전역한 귀농 선배가 생각났습니다. 검색하여 귀농 10년 차가 되는 이모 선배님을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이때 선배님께서 하신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모두가 귀농을 생각은 하지만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입니다. 그만큼 귀농의 결심과 결정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선배님의 배려로 김제 농장에서 5개월간 숙식하면서 꾸지뽕 재배기술과 제조 및 가공, 판매 과정 등을 배우고 각종 농사 관련 교육이나 세미나, 회의, 박람회 등에 참석하면서 정부와 지자체 농사정책과 장비 및 예산 등의 세부 지원내용에 대해서 익혔습니다.

귀농할 때 우선 고려사항이 귀농 지역과 작물 선택입니다. 작물은 꾸지뽕으로 자동 결정되었는데, 귀농 지역 선택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꾸지뽕 농장이 한 곳도 없고, 가족들과 종종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좋아서 살고 싶어 하던 제주도를 선택하였습니다. 선배님 권유로 연도별 중점사업과 예산편성, 사업과 연계된 제주 도청과 시청, 유관기관 등의 담당자, 전화번호 등을 포함한 5개년 귀농정착 매트릭스를 작성, 귀농 계획을 구체화하여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꾸지뽕을 제과·제빵과 연계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감자, 당근, 메밀 등 제주도의 많은 식자재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카페·베이커리 창업을 동시에 계획하였습니다.

세부적인 귀농 준비 및 제주도로 출발

제주도 귀농을 위해 제주도 농업기술원에서 귀농귀촌 교육과 귀농창업 활성화 기본교육을 수료하였습니다. 제주도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업기계 안전교육과 온라인 판매(e-비즈니스) 활성화 기초교육을 수료하고 서울 양재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귀농·귀촌 기초 소양교육과 귀농귀촌종합센터 온라인 강의도 수강하였습니다.

전역 전에는 국방부 전직교육원에서 기본과정도 수료하였습니다. 귀농 관련 교육을 수강하는 것 외에도 농장홍보를 위해 ‘제주 주사랑 꾸지뽕’이라는 농장 블로그 제작(데스크 및 모바일 용)과 상품출품을 대비하여 “제주 주사랑 꾸지뽕”이라는 상표를 만들어 특허청에 출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카페·베이커리 창업을 위해 꾸지뽕을 형상화한 꾸지(남)와 뽕지(여)의 캐릭터를 제작하여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을 마쳤습니다.

2019년 3월 초 제주에 있는 동기생 옆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후 2개월 동안 지인들을 만나고 현장을 돌아보면서 귀농 계획을 구체화시켰고 동기생 지인의 토지를 임대하여 육지에서 구매한 꾸지뽕 묘목 60주를 심을 수가 있었습니다. 또한 카페·베이커리 창업을 위해 부산 제대군인지원센터의 직업능력개발 교육비를 지원받아 3개월간의 제과제빵 기능사반 과정을 수료하고 제과·제빵 기능사도 취득하였습니다.

현 상황과 향후 계획

현재 꾸지뽕은 약 100주가 있습니다. 3년 차부터 수확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올해는 꾸지뽕이 잘 활착될 수 있도록 토양 생산력 증진 및 유지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농장 토지는 임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엑기스와 가루 제품 생산은 김제농장과 제주 서부농업기술센터의 제조가공 시설을 이용한 OEM 위탁생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함덕 하나로마트 베이커리에 취직해 제과·제빵 기술도 동시에 배우고 있습니다. 향후 계획은 2~3년간 베이커리에 근무하면서 계속 기술을 배우고, 창업을 위한 음료와 제과·제빵 메뉴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각종 자료를 보고 유명 카페나 베이커리를 찾아가 확인하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창업 장소는 발품을 팔아 다행히 전망과 교통이 좋은 곳에 토지를 구입하였습니다.

맺음말

내일 모레면 60세인데, 이러한 도전이 무모하고 쓸데없는 고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너무나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또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귀농은 분명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주저될 때 과감히 도‘ 전’하라고 주문합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가지게 되어, 언젠가부터 실‘ 패와 두려움’이라는 단어는 ‘확신과 용기’로 바뀌게 되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귀농을 준비하는 전우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처음에는 귀농을 반대하였지만, 지금은 믿고 지원해 줄 뿐만 아니라 동역자로서 함께 준비하고 있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귀농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 과감하고 용기 있는 결단과 결심, 실행이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달성해야 할 목표, 꿈, 비전”이 있어야 한다. 아내가 반대했을 때나 일이 힘 들었을 때 나를 포기하지 않게 해준 힘의 근원이었다.
  • 귀농 지역과 작물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많은 시간 투자와 정보수집이 필요하다. 이것이 귀농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 세부적·구체화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농장체험, 귀농 정착 계획 작성, 블로그 제작, 상표 및 캐릭터 등록, 귀농 교육 수료, 자격증 취득 등이다.
  • 롤 모델(귀농인)을 통한 현장 체험이 필요하다. 귀농생활의 노하우와 실질적인 농업기술, 행정업무(농장 운영), 판매 방법 등을 알게 된다.
  • 귀농 교육은 많이 받아야 한다. 농업기술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의 정책 및 지원예산과 교육생들도 알게 되어 많은 도움이 된다.
  • 과도한 예산투자는 절대 금지이며, 농사 외 취업을 권한다. 취업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틈새를 이용한 추가적인 소득 창출을 권한다.
  • 농촌 융복합산업(6차 산업)은 필수다. 계획을 세워서 인증받고 정부의 지원예산을 최대한 활용하라.
  • 일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라. 당장 뭔가 될 것처럼 급하게 하면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주위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라.
  •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지역을 돌아 다녀서 많이 듣고 보라. 제주에 연고가 없는 나도 발품을 팔아 알게 된 지인들을 통해서 많은 정보도 얻고 도움을 받았다. 물질적·정신적으로 큰 의지가 된다.
  • 지역 주민들과 잘 융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전역 군인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언행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 많이 베풀고 양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