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여기 가게

문화와 커피를
향유하는 거리
강릉 명주동

강릉에 가면 약속이나 한 듯 안목해변의 커피거리를 찾곤 한다. 하지만 진짜배기 강릉의 속살을 보려면 명주동으로 발걸음 해야 한다. 강릉의 문화와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강릉 구도심 오래된 뒷골목에 모이기 때문이다.

글 · 양샘   자료 · 파도살롱, 봉봉방앗간, 국가문화유산포털

낡음 사이에 스며드는 강릉의 문화

언제부터인가 강릉 구도심 뒷골목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시청과 옛 관아 자리가 함께 자리해 강릉 행정의 중심지였던 명주동은 그러나 시청 건물이 이전하고 다른 지역에 번화가가 생기면서 점차 사람들이 찾지 않는 낡은 구도심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이곳의 버려진 건물, 낡은 건물에 사람들이 하나둘 스며들면서 문화 공간이 생기고 카페가 들어서고 공연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래되었지만 정겨운 골목마다 강릉의 커피향이 물씬 풍기고, 걷는 걸음마다 오래된 목조 주택과 기와집들, 100년 넘은 적산가옥이 나를 반긴다. 단지 먹거리가 생기고 상권이 형성되고 젊은 층이 몰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강릉이 품고 있는 역사와 예술, 그리고 사람의 힘을 한데 모아 강릉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명주동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강릉 하면 단지 비싼 가격에 천편일률적인 카페들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바로 당장 명주동을 가야 하는 이유다.

강릉대도호부 관아 전경

파도살롱

역사와 지역과 사람이 만나는 골목

명주동의 시작은 강릉임영관 객사와 강릉대도호부 관아, 칠사당이다. 시내 한복판에 조선시대 옛 관청 유적지가 줄지어 있어 과연 이곳이 옛 행정 중심지였구나를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강릉의 현재를 보고 싶다면 옛 명주초등학교 건물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꾸민 ‘명주예술마당’을 가봐야 한다. 버려지고 낡은 옛 건물을 활용한 문화 공간이라는 점에서 명주동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명주예술마당이 문화의 구심점이라면 그 옆에 위치한 ‘파도살롱’은 강릉의 사람과 미래를 보여주는 곳으로 파도살롱은 로컬 크리에이터(창작자)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를 표방하고 있다. 단순히 창작자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협업과 커뮤니티를 통해 일어나는 시너지를 기대한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십분 살려 강릉의 창작자나 창업가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지역의 문화행사를 기획하거나 강릉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원의 가치를 돋보이게 할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하는 등 강릉이 가진 자원-사람, 문화, 역사 등-을 활용해 강릉다운 라이프 스타일로 모두 함께 공존하는 지역의 미래를 그린다.

봉봉방앗간

봉봉방앗간 외부 전경

문화와 사람과 커피가 만나는 골목

‘봉봉방앗간’은 강릉과 명주동의 현재진행형 오늘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한다. 이름만 들어서는 그 정체를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봉봉은 불어인데 방앗간은 너무나도 토속적인 우리네 단어가 아니던가. 봉봉방앗간은 커피를 매개로 과거와 오늘, 사람과 문화, 낡음과 예술이 한데 어우러져 누구나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시작되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가면 가끔 동네 어르신들이 정말 방앗간인 줄 알고 진짜 콩을 볶으러 왔다가 커피 한 잔에 수다를 떨기도 하고, 다른 지역의 어린이가 꼭 가보고 싶었다며 오기도 하고, 이름난 예술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작품을 전시하고 공연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통해 타인을 만나고 접점을 만들며 나누는 것을 더 중요시 한다. 커피 또한 SNS에서 유행하는 핫하고 예쁘고 어려운 설명이 붙은 메뉴보다는 내 입에 맞는 커피를 고르고 맛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렇게 명주동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적산가옥에 자리 잡은 오월커피나 여행자들을 위한 카페를 표방하는 명주상회, 명주배롱처럼 명주동만의 사람과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다양한 공간들이 곳곳에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그 때문에 사람과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지역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명주동으로 발걸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