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한 연둣빛부터 싱그러운 초록, 녹음의 짙은 초록까지. 세상이 온통 초록빛으로 물드는 5월이다.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이 계절, 불꽃이 비가 되어 내리는 함안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전시를 만나러 여수로 떠나보자.
함안은 탁월한 자연경관과 함께 찬란한 아라가야 700년의 고대 유적지를 품고 있는 매력적인 고장이다. 그중 괴항 마을에는 조선 중기에 지어진 무진정이 있는데, 매년 사월 초파일 밤이 되면 이곳에 아름다운 불꽃비가 내린다. 바로 유형문화재 제158호인 ‘함안 낙화놀이’다. 조선 선조 때 함안군수가 군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시작한 것으로 일제 강점기 때 중단되었다가 해방 이후 마을 주민들의 노력 끝에 원형을 되살렸다. 400년 전 그대로 숯가루와 참나무로 만든 낙화봉을 무진정 일원 위에 걸쳐진 줄에 매달고 밤이 되면 뗏목을 탄 이들이 불을 붙인다. 이때, 숯가루에 불씨가 옮겨붙고 활활 타오르는데, 불씨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춤추듯 비처럼 떨어진다 하여 낙화(洛花)라 이름이 붙었다. 1년에 단 한 번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러 떠나는 함안 여행. 더불어 고즈넉한 아라가야 유적까지 만난다면 1석 2조 여행이 될 것이다.
수많은 전시가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미술의 정체성을 이어 나가는 작가나 전시는 귀하다. 여수 엑스포아트갤러리에서 4월 13일부터 7월 3일까지 개최하는 ‘시대의 기록자-손상기&류인’展 은 그런 의미에서 귀한 전시다. 지역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작가들로 이번 전시를 통해 대표작품과 습작, 초기작과 후기작, 희귀 아카이브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두 작가의 ‘난지도’를 주제로 80~90년대 시대상을 담은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드문 기회로 손상기의 회화 ‘난지도’는 올해 초 방영된 TV드라마 ‘공작도시’에도 등장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 원작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손상기와 류인은 지역 미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주요 작가로 이들의 예술세계를 감상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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